
서울 세종로 네거리. 신소영 길윤형 기자 viator@hani.co.kr
교통사고 열에 아홉은 도시·생활도로에서 발생
선진국들, 도시에선 제한 속도 시속 30~50㎞
현재 한국만 도시에서 시속 60~80㎞ 가능해
선진국들, 도시에선 제한 속도 시속 30~50㎞
현재 한국만 도시에서 시속 60~80㎞ 가능해
한국의 보행 중 교통 사고 사망률은 선진국 평균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 사고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시속 80㎞에 이르는 도시 안 제한 속도를 더 낮춰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교통안전공단의 분석 결과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10만명당 보행 중 교통 사고 사망자수는 4.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단연 1위였다. 이들 나라의 평균 사망자수는 1.4명으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었으며, 노르웨이는 0.3명으로 한국의 13분의 1, 네덜란드는 0.4명으로 10분의 1수준이었다. 10만명당 사망자 숫자가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폴란드로 3.7명이었고, 대부분 나라들이 2명 이하였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은 교통 사고 사망자를 줄이려면 도시 안 차량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김준기 책임연구원과 최소림 연구원은 지난 4월28일에 발표한 ‘국토 정책 브리프’에서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한국의 교통 사고 사망을 줄이려면 현재 시속 60~80㎞인 도시 안 제한 속도를 선진국처럼 시속 5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2012년 한국의 전체 교통 사고 22만3656건 가운데 89.7%인 2만563건은 도시에서 발생했다. 또 교통 사고 사망자 5392명 가운데 57.4%인 3093명이 너비 9m 이하의 생활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선진국 가운데 최악인 한국의 교통 사고 사망자수의 연평균 감소율은 -3.0%로 선진국의 -8.4%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현재 한국에서 도시 안 제한 속도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19조에 편도 1차로는 시속 60㎞, 편도 2차로 이상은 시속 80㎞로 돼 있는데, 이것은 시속 50㎞ 이하인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시속 10~30㎞ 더 높은 것이다. 선진국 가운데 도시 안 제한 속도가 시속 50㎞ 넘는 경우는 시속 60㎞인 일본, 시속 56㎞인 미국뿐이었다. 그밖의 대부분 나라들은 시속 30~50㎞ 정도였다.
이들은 속도 제한을 낮춰 교통 사고 사망을 줄인 사례도 소개했다. 도시 안 제한 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줄인 경우, 덴마크에서는 사망 사고 24%, 부상 사고 9%가 줄었으며, 독일에선 전체 교통 사고가 20% 줄었다. 속도 제한과 교통 사고 사망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시속 30㎞ 차량과의 사고에서 보행자 사망률은 10% 정도이나, 시속 50㎞에서는 80%에 이른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