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그랜저 디젤.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 출시 이어
현대차 그랜저 디젤·르노삼성 ‘SMD’
국내시장 13%점유 독일차등에 대응
경쟁모델보다 저렴·높은 연비 ‘호평’
현대차 그랜저 디젤·르노삼성 ‘SMD’
국내시장 13%점유 독일차등에 대응
경쟁모델보다 저렴·높은 연비 ‘호평’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본격적으로 ‘디젤’로 한 판 붙자고 나섰다. 3월 한국지엠(GM)이 말리부 디젤 모델(가운데 사진)을 출시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는 그랜저 디젤(왼쪽), 르노삼성은 ‘SM3 D’(오른쪽)를 들고 나왔다. 현대차와 한국지엠·르노삼성이 전략적 경쟁자는 다소 다르지만 대체로 수입차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3%를 넘어선 수입차의 주력이 디젤차다. 특히 독일산 디젤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파죽지세다.
현대차가 내놓은 준대형 세단 ‘그랜저 2.2 디젤’ 시승행사가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렸다. 현대차는 엑센트·아반떼·i30·i40 정도에만 적용했던 디젤 모델을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에까지 확대했다. 사전계약 20일 만에 그랜저 디젤 1800대가 계약됐고 계약자의 63%는 30∼40대라고, 현대차 쪽은 설명했다.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을왕리해수욕장까지 왕복 164㎞를 시승한 참가자들은 대체로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수입차 대중화 이전 퍼져있던 ‘디젤차는 시끄럽고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인식은 그랜저 디젤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경쟁 수입차에 견줘 치고 나가는 힘은 다소 부족한 듯 느껴졌지만 안정성·정숙성은 못지 않았다. 그랜저 디젤의 공인 연비는 도심 12㎞/ℓ, 고속도로 17.5㎞/ℓ로 복합연비는 14.0㎞/ℓ이다. 급가속·급제동까지 경험하며 실제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12~13㎞/ℓ가 나왔다.
르노삼성의 ‘SM5 D’는 3일 출시 행사를 열고 판매에 들어갔다. SM5 디젤 모델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23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래 1500여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은 연비를 강조했다. SM5 D는 도심 15.1㎞/ℓ, 고속도로 18.7㎞/ℓ로 복합연비는 16.5㎞/ℓ다. “한 차례 주유로 서울~부산 왕복 거리 이상인 1000㎞”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SM5 D는 2580만원, SM5 D 스페셜은 2695만원이다.
앞서 지난 3월 처음 출시된 한국지엠의 말리부 디젤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판매가 한때 중단되기까지 했다. 말리부는 디젤 모델 인기 덕분에 6월 한달간 1728대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갑절 이상 많은 판매량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디젤차량 시판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 수입차 때문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13%대를 기록하고 있는 수입차 가운데 60~70%가 디젤 세단이다. 특히 독일 디젤차가 대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독일 수입 브랜드가 디젤차에 대한 인식을 시끄럽고 승차감 나쁜 차에서 연비 좋은 고급차로 바꿔놨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1위의 현대차와 한국지엠·르노삼성이 디젤차를 내놓은 전략적 이유는 서로 조금 다르다. 수입차의 질주에 대한 위기의식은 현대차가 가장 깊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70%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수입차를 제외한 점유율은 80%대에서 70%대로 떨어졌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국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데다 수입차의 공세가 무서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그랜저 디젤은 독일을 주축으로 한 수입 디젤차에 대한 대응책 성격을 띠고 있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 이사는 “그랜저 디젤은 국내 시장의 요구와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탄생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꼽는 수입 경쟁차는 베엠베(BMW)의 320d·520d와 폴크스바겐 파사트2.0 디젤 등이다. 그랜저 디젤은 이들 경쟁모델보다 1000만~2000만원가량 싼 3254만~3494만원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수입차와 더불어 현대차에 대한 공세 차원에서 디젤차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올 상반기 1년 전에 견줘 10% 이상 내수판매량을 늘렸다. 상반기 내수 기준으로 최근 11년 중 가장 좋은 실적으로 내수점유율은 10.2%를 기록했다. 르노삼성도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40.5%나 내수판매량이 늘어났다. 반면 두 회사 모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프랑스 르노 등 본사 차원에서 글로벌 생산계획을 조정하면서 수출물량이 두 자릿수 이상 급감했다.
본사의 경영계획에 종속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으로선 국내 1위인 현대·기아차와 맞붙어 내수 점유율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훨씬 높은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이날 ‘SM5 D’의 높은 연비를 강조하며 주로 현대차 쏘나타와 비교했다. “매년 2만㎞씩 5년간 운행한다고 가정할 때 SM5 디젤의 유지비는 현대차의 엘에프(LF) 쏘나타 가솔린 2.0 모델보다 600만∼700만원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한국지엠(GM)의 말리부 디젤 모델.
르노삼성은 ‘SM3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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