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 2종류가 지난달 많이 팔린 수입차 10위에 들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독일차가 점령한 ‘톱텐’에 렉서스 ES300h가 간혹 들어간 적은 있었어도 인피니티 Q50까지 2종류가 10위권 안에 포함된 적은 최근 들어 없었다. 수입차 열에 일곱이 독일 디젤차인 터에,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로 맞서고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는 디젤로 정면 승부에 나선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한 셈이다. 어떤 강점이 힘을 발휘하는 지, 수입차들에 내수 시장을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는 국산차 제조업체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2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집계를 보면, 렉서스 ES300h는 지난달 424대 팔려 수입차 판매 6위에 올랐다. 인피니티 Q50은 391대 판매돼 9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10위 안에는 베엠베(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젤차들이 포진해 있다.
디젤 바람이 거센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렉서스 하이브리드의 고군분투는 눈길을 끈다. ES300h는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 2002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2000대 이상 팔린 수입차 중 유일하게 독일 브랜드가 아니다. 이 차량은 지난 한 해 2875대가 팔렸는데, 렉서스 전체 판매량(5425대)의 절반을 넘었다.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지난 3월 “ES300h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 시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ES300h를 타보면 디젤차 일색인 수입차 시장에서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힘을 내는 까닭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뛰어난 연비와 더불어 조용하고 진동이 적은 것이 큰 장점이다. 정차 상태에선 시동이 걸려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엔진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ES300h의 2.5리터 4기통 엔진은 전기모터와 결합해 모두 203마력의 출력을 낸다. 무엇보다 도심 주행에 유리한 차다. 전기모터는 가속 초기부터 최대토크를 내기 때문에 차 많은 도심에서 운전을 편리하게 한다. 저속에서 전기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심과 고속도로에서의 공인연비가 각각 16.1㎞/ℓ와 16.7㎞/ℓ로 별 차이가 없다. 화사하면서도 안정적인 인테리어도 매력적이다. 다수 수입차들에 견줘 매우 한국화된 내비게이션을 암레스트에 팔을 올려두고 조작하도록 한 것도 인상적이다. 판매가격은 등급에 따라 4950만원, 5630만원, 6190만원이다.
렉서스가 하이브리드로 독일차와 승부한다면 닛산의 인피니티는 디젤 세단으로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Q50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들여온 엔진을 장착했다. 출시 이후 Q50는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 1105대를 기록하며 애초 목표였던 월 200대 판매를 넘겼다. Q50의 선전에 힘입어 인피니티는 6월 416대를 팔아 2005년 설립 이후 월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90%가량인 391대가 Q50이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1395대로 전년대비 200% 이상 늘어났다. 인피니티는 올 한 해 목표 판매량을 연초에는 1500대로 제시했지만 최근 3000대로 높여 잡았다.
Q50은 인피니티가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고 이름지을 만큼 웅장하고 세련된 외관을 뽐낸다. 무엇보다 강력한 인상의 앞면 대형 그릴은 이 차 디자인의 백미다. 아울러 Q50은 동급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0.26Cd)를 이룬 공기역학 디자인이 적용됐다고, 인피니티가 자랑한다.
Q50은 운전해보면 스포츠카만큼 차나 운전대가 모두 무척 무거운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만큼 안정감을 강하게 준다. 문제는 정차 때 소음·진동이었다. 차가 멈춰 있을 때마다 디젤차 특유의 소음과 진동은 과하게 느껴졌다. 다만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과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 시스템’을 채택한 덕분인지, 주행 중 소음은 독일 디젤차들에 견줘 훨씬 정숙했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은 엔진음 등 소음을 스피커와 우퍼로 상쇄시키고,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 시스템은 경쾌한 엔진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Q50은 디젤차인 만큼 힘과 연비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벤츠 직분사 4기통 터보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갖췄고 연비는 복합연비 15.1㎞/ℓ(도심 13.2㎞/ℓ, 고속도로 18.3㎞/ℓ)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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