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에 대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17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전시장 앞에서 독일 환경단체 ‘도이체 움벨트힐페’(독일환경도우미·Deutsche Umwelthilfe)가 디젤차 배기가스의 유해성을 알리고 있다. 박현정 기자
전기 맞은 자동차산업
‘클린’ 강조하더니 환경유해성 감춰
‘클린’ 강조하더니 환경유해성 감춰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이 인증시험을 받을 때만 디젤차 배출가스 양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번 사태로 최근 유럽 일각에서도 불기 시작한 ‘반디젤’ 정서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디젤차 시장인 유럽에서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디젤엔진 생산에 필요한 원료 업체들도 타격을 받는 등 자동차산업 전반에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에는 차량 배출가스 저감 눈속임 장치가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차량에도 장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 유럽에서 부는 반디젤 바람
유럽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2011년 정점에 이른 뒤 슬슬 뒷걸음질하고 있다. 24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자료를 보면 2000년 유럽연합(EU)에 새롭게 등록된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은 32.8%였으나, 2011년 56.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12년 55.6%, 2013년 53.8%, 2014년 53.6%로 줄어들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2008년 판매된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이 77.3%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63.9%까지 감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디젤차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에 세금을 부과하고, 노후한 디젤차를 가솔린과 디젤 신차·전기차 등 조금이나마 더 환경친화적인 차로 바꿀 경우 지원금을 주는 등 디젤차 억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연비·고출력에 CO₂ 배출 적지만
질소산화물·미세먼지 등 ‘눈덩이’ 유럽선 2011년 정점 판매 내리막
프랑스에선 이미 억제정책 진행중
국내선 되레 신규등록 가솔린 추월 유럽판매 차량서도 조작장치 확인
“배출가스 조작 폴크스바겐뿐인가”
유럽의회 차원 조사 촉구 ‘큰목소리’ 유럽에서 디젤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국제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솔린(휘발유) 차량에 견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디젤차 보급에 나선 것이다. 디젤은 가솔린에 견줘 힘이 좋고 연비가 높으나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 배출이 많다. 소음과 진동도 심한 편이라 주로 트럭·버스 등 대형차에 사용돼왔다. 폴크스바겐그룹을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여주는 기술을 확보하면서 고연비를 유지하면서도 ‘친환경’(클린) 디젤엔진을 탑재한 스포츠실용차(SUV)나 승용차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주목받으면서 디젤차 배출가스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더구나 유로5(유럽연합이 정한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는 물론 이보다 강화된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는 차도 실제 도로를 주행할 때, 인증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배출가스를 내뿜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각) “유럽이 1990년대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나서면서 가솔린보다 디젤 차량을 확산시켰지만, 그 결과 심각한 대기오염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실제 도로를 달리는 상황에서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를 측정해 관리하는 규제를 2017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며, 한국은 이에 맞춰 같은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 폴크스바겐그룹만 문제?
폴크스바겐그룹의 ‘속임수’를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준 비영리단체 국제친환경수송위원회(ICCT)는 일부 디젤차들이 실험실과 실제 도로에서 뿜어내는 배출가스 양 차이가 너무 크다는 데 주목했다. <가디언> 보도를 보면, 이 단체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폴크스바겐그룹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프랑스와 영국 정부는 유럽의회 차원에서 디젤차 배출가스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의 고향 독일에 거주하는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씨는 “녹색당과 같은 야당은 유럽연합 차원의 조사뿐 아니라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메르켈 정부에 대한 조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실제 주행 상황에서 이뤄지는 디젤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엄격하게 마련될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망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유럽연합(EU) 신규 등록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
질소산화물·미세먼지 등 ‘눈덩이’ 유럽선 2011년 정점 판매 내리막
프랑스에선 이미 억제정책 진행중
국내선 되레 신규등록 가솔린 추월 유럽판매 차량서도 조작장치 확인
“배출가스 조작 폴크스바겐뿐인가”
유럽의회 차원 조사 촉구 ‘큰목소리’ 유럽에서 디젤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국제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솔린(휘발유) 차량에 견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디젤차 보급에 나선 것이다. 디젤은 가솔린에 견줘 힘이 좋고 연비가 높으나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 배출이 많다. 소음과 진동도 심한 편이라 주로 트럭·버스 등 대형차에 사용돼왔다. 폴크스바겐그룹을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여주는 기술을 확보하면서 고연비를 유지하면서도 ‘친환경’(클린) 디젤엔진을 탑재한 스포츠실용차(SUV)나 승용차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한국 신규 등록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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