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내에서 판매된 폴크스바겐 경유차도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국내에 수입 판매된 폴크스바겐 그룹의 일부 경유 승용차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배출가스 저감장치 불법 조작이 확인돼 리콜 명령이 내려졌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 그룹이 2008년 이후 한국에 들여와 판 경유 승용차 가운데 구형 EA189 엔진을 장착한 티구안 유로5 기준 인증 차량에서 도로 주행 중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을 고의로 중단시키는 임의설정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환경부는 이미 지난 23일 이번에 조작이 확인된 티구안에 장착된 것과 동일한 EA189 엔진을 달고 국내에 판매된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15개 차종 12만5522대에 대해 전량 리콜 명령을, 수입됐으나 아직 판매되지 않은 차량 466대에 대해서는 판매정지 명령을 내렸다. 해당 차종은 제타 2.0 TDI, 파사트 2.0 TDI, Q5 2.0 TDI, 골프 2.0 TDI, 비틀 2.0 TDI, A4 2.0 TDI, A6 2.0 TDI 등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코리아에 인증받은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를 제작·판매했다는 이유로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차량 인증을 취소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했다고 덧붙였다. 과징금 141억원은 배출가스 인증 규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액수로는 최대 규모다.
환경부의 리콜 명령에 따라 폭스바겐코리아는 내년 1월6일 이전까지 임의설정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개선 방안을 포함한 리콜 계획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아우디코리아와 폭스바겐코리아는 “문제가 된 차량 리콜 방식과 소비자 보상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9월 미국에서 폴크스바겐 그룹 일부 경유 승용차 차종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소프트웨어 불법 조작 사태가 불거진 뒤 폴크스바겐의 티구안·골프·제타·비틀과 아우디의 A3 등 6개 차종 7대를 골라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조사해왔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티구안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차종 6대에서는 임의설정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5개 차종에는 모두 EA288 신형 엔진이 장착돼 있다.
환경부는 다음달부터는 현대, 기아, 쌍용 등 국내 업체를 포함한 16개 국내외 경유 승용차 제작사의 대표 차종 한 대씩을 골라 추가 검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국토교통부도 폴크스바겐 차량의 공인연비(신고연비)에 문제가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먼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확인된 폴크스바겐 티구안(유로 5) 차량의 배출가스와 연비 정보를 환경부로부터 넘겨받아 공인연비와 관계가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통상 자동차 제작사가 스스로 신고한 공인연비보다 실제 연비가 5% 이상 낮으면 시정(리콜)을 명령하고 과징금을 물린다. 국토부는 해당 티구안 차량의 연비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같은 엔진을 달고 있는 파사트, 시시(CC), 비틀 등 다른 폴크스바겐 차량의 연비도 추가로 조사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역시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를 할 방침이다. 시정명령을 받은 차량에 대해서는 시정 뒤의 연비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박현정 김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