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기아자동차가 전년과 같은 5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선두 업체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폴크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여파에도 도요타를 제치고 다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12일 각 업체의 지난해 판매 실적을 보면, 현대·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 788만대를 판매해 5위 자리를 지켰다. 전년보다 1.3% 줄어든 실적이다. 선두권 업체들이 모두 판매량을 늘린 것과는 대조된다.
폴크스바겐은 1031만대 판매로 도요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3.8% 증가세다. ‘디젤 게이트’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과 주요 차종의 판매가 정지된 한국에서 차량 판매가 급감한 것과 달리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잘 팔린 덕분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중국에서 전년 대비 12.2% 증가한 398만대를 판매했다.
도요타는 1018만대 판매로 2위로 내려앉았다. 전년 대비 0.2%의 미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2012년부터 4년간 선두를 달린 도요타는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가 줄어들어 폴크스바겐에 역전을 허용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1.3% 증가한 997만대를 팔아 3위를 유지했다. 지엠도 전체 판매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판매를 7% 넘게 늘렸다. 르노닛산이 996만대로 지엠을 바짝 추격했다. 르노닛산은 닛산이 지난해 5월 연비 조작 파문으로 위기에 빠진 미쓰비시의 지분 34%를 인수하면서 5위인 현대·기아차와 격차를 크게 벌렸다.
현대·기아차 부진은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파업에 따른 조업 차질 등이 영향을 끼쳤다. 현대·기아차 판매가 800만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3년 만이다. 최근 경영 실적을 보면 현대·기아차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판매량은 계속 줄고 있고 시장 점유율도 추락 중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신차 등을 앞세워 공격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판매 목표는 역대 최대치인 825만대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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