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조원 규모의 인수 자금 조달 방식을 둘러싸고 박 회장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채권단은 이에 아랑곳없이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업체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3일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주주협의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해 공식적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윤병철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무담당 상무는 “현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FI)로만 100% 인수하기엔 부담이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할 수 없다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날 더블스타와 9550억원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버렸다. 박 회장이 30일 안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블스타는 42.01%의 지분율로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가 된다. 더블스타는 다른 업체들을 인수하며 중국 내 5대 트럭·버스용 타이어 생산업체로 떠오른 업체다. 더블스타가 세계 14위인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단번에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박 회장이 채권단과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라 금호타이어의 최종 향배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동안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 약정 내용을 근거로 주주협의회 동의를 받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채권단은 제3의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혀왔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날 ‘우선매수 권리는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점과 우선매수권은 박 회장 개인에게 주어졌다는 점을 들며 박 회장의 요구 수용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 채권단 관리를 받아왔다.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매물로 나왔다. 박 회장은 당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재를 출연한 점 등을 인정 받아 개인 자격으로 금호타이어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얻었다.
홍대선 류이근 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