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는 14일 오전(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정기 급행 화물열차 운행을 기념하는 발차 행사를 열었다. 왼쪽부터 드미트리 표도르비치 러시아 연해주 부지사,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게르만 마슬로프 페스코 운영총괄임원, 이석배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현대글로비스 제공
현대글로비스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1만km를 ‘논스톱’으로 달리는 정기 급행 화물열차를 운영한다. 남북 간 화해 무드를 타고 북방물류 사업을 확대할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현대글로비스는 14일(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화물 컨테이너 64개 물량의 발차 기념행사를 열고 시베리아 정기 급행 화물열차 운영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상트페테르부르크의 1만km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에서 주 1회 ‘블록트레인’(급행 화물열차)을 편성해 운영하는 것이 뼈대다. 그동안 이 구간에 여러 기착지를 거치는 완행 물류는 있었지만, 논스톱인 블록트레인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간 기착지가 없어 물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인도양~수에즈 운하~지중해의 남방항로를 이용하는 기존 해상 운송에 견줘 물류 거리와 시간을 절반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현대글로비스는 초도 물량으로 수주한 러시아 현대차공장 공급용 자동차 반조립 부품(KD) 64FEU(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를 화물열차에 실어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출발시켰다. 화물열차는 12일 뒤인 오는 26일에 9600㎞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의 슈샤리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블록트레인은 기착지 없이 화물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급행으로 연결한 전용 열차 시스템이다. 화물을 한 번에 실어 목적지까지 직송해 물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 화물 운송은 복수의 기착지와 터미널을 거치는 부정기적인 ‘싱글트레인’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거나 블록트레인이라 할지라도 러시아 내륙인 모스크바를 최종 도착지로 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관문이자 육상과 해상 교통 요지로 러시아 제1의 무역항이 위치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선적한 화물을 970㎞ 거리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우선 해상 운송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에 환적하고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의 철도 서비스를 이용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운송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운송 기간은 부산항~블라디보스토크항 2일, 블라디보스토크 하역·통관과 환적 8일, 블라디보스토크역~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슈샤리역 12일이 걸려 총 22일이 소요된다.
TSR과 해상을 통한 러시아 동서 물류 노선 비교. 현대글로비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앞서 현대글로비스가 러시아 현대차 공장으로 화물을 공급한 방식은 주로 해상 운송이었다.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화물을 선적해 남방항로를 이용했는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모비딕항까지 운송한 뒤 화물차에 옮겨 공장까지 육로로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2만2천㎞의 해상 운송 거리와 43일의 운송 기간이 소요된다. 이번에 현대글로비스가 추진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 물류는 해상 운송보다 거리와 기간 모두 절반가량 단축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열린 발차 기념식에는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북방경제협력위원장), 이석배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드미트리 표도르비치 러시아 연해주 부지사 등이 참석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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