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0만원을 내면 차량 구입 가능합니다.”
한국지엠(GM) 쉐보레가 최근 선보인 판매 촉진 프로그램이다. 일부 차종(스파크)을 최대 10년(120개월) 동안 월 10만원가량의 할부금만 내면 구입해 타고 다닐 수 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10-10 슈퍼 초장기’란 이름을 붙인 이런 할부 프로그램 말고도 한국지엠은 선수금을 받지 않고 이자까지 없앤 ‘더블 제로’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스파크·트랙스·이쿼녹스·임팔라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백범수 한국지엠 전무는 “초기 차량 구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객 맞춤형 프로모션으로, 역대급 혜택”이라고 했다.
파격할인·세금인하에도 판매 부진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고전중인 완성차 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과 할부 혜택을 담은 기획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집계한 올해 판매 실적을 보면, 정부가 소비 진작책으로 시행 중인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처가 무색할 정도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차 내수 판매는 75만5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줄어들었다. 현대차가 내수 판매를 8.4% 늘린 것을 제외하고 기아차(-9.3%), 르노삼성(-10.8%), 쌍용차(-15.1%), 한국지엠(-16.2%) 등 나머지 4개사는 급감했다. 하반기 시작 단계인 7월 내수 판매 실적도 2% 감소로 부진했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 처방을 두 차례나 연장하고 업체별로 신차 출시로 바람을 잡았으나 별 성과가 없었던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한시적으로 승용차에 매기는 개별소비세(개소세)를 5%에서 3.5%로 낮췄다. 이 조처는 지난해 말 한 차례 연장을 거쳐 올해 6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판매 부진이 계속되자 올 연말까지 다시 6개월 간 연장됐다. 18개월 간의 개소세 인하 조처는 역대 최장이다. 세금을 낮춰 수요를 촉진시키겠다는 의도지만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개소세는 이전에 주로 사치성 품목에 매기는 세금이었다. 특별소비세란 이름으로 불렸는데, 역대 정부도 경기가 부진한 시기에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비재 판매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돼 자동차 이외 가전제품 등에도 개소세 인하 처방이 내려지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분을 적용해 최대 수백만원까지 차량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대규모 할인 프로그램으로 판촉 행사를 벌이는 게 연례행사처럼 돼버렸다. ‘반짝 수요’로 재미를 봤던 예전과 달리 올해 소비자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경기 부진 속에 그만큼 소비심리가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름 마케팅에 사활 건 완성차 업계
완성차 업계는 휴가철 비수기를 맞아 정부의 개소세 인하 연장 조처가 나온 것을 반겼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단 이번 여름 마케팅 공세는 어느때보다 뜨겁다. 대규모 할인에서 무이자 혜택까지 판촉 활동은 전방위적이다.
현대차는 이달 한달 동안 각종 할인 상품을 내건 ‘쿨 썸머 페스타’를 펼친다. 아반떼와 그랜저(6월 이전 생산분)를 구입할 경우 36개월 저금리(1.25%)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국가고객만족지수(NCSI) 1위를 기념해 전 차종을 대상으로 20만원을 지원한다. 기아차는 이달 중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셀토스’ 1대(1명), 해외여행 상품권(2명), 유명호텔 숙박권(15명), 기아차 계약금 10만원 지원(4천명) 등을 추첨을 통해 준다.
르노삼성차는 신형 ‘더 뉴 QM6’와 2020년형 SM6를 포함한 신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여름휴가비 지원, 보증연장 무상제공, 무이자 금융 등 다양한 할인 상품을 제공한다. ‘더 뉴 QM6’를 구입하면 여름휴가비로 30만원을 주고 보증수리기간을 5년·10만km까지 연장해주는 해피케어 보증연장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옵션 또는 용품구입비(최대 60만원어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지엠 쉐보레는 “‘쉐비 페스타’ 프로모션을 통해 올해 최대 구입 혜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선수금과 이자가 없는 36개월 ‘더블 제로’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최대 50개월로 확대했고, 할부 개월 수에 따라 ‘스파크’는 90만원, ‘트랙스’는 130만원, ‘이쿼녹스’는 220만원, ‘임팔라’ 260만원까지 현금 지원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쌍용차도 모델 별로 최대 200만원을 할인해 주는 ‘쿨 서머 세일 페스타’를 진행한다. 코란도 가솔린 모델 출시를 기념해 선물을 증정하고 고객 선호사양 장착비용을 준다. 오는 16일까지 ‘베리 뉴 티볼리’를 구매하면 바캉스비 20만원, 이후 월말까지 10만원을 지원한다.
조삼모사 대증요법, 향후 부작용 우려
조삼모사 식으로 반복되는 대증요법이 소비자 구매 패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과거 전례로 보면 개소세 인하 기간이 끝나면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일각에선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는 어떻게 버텨도 내년부터 ‘소비 절벽’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개소세 인하는 차종과 무관하게 적용돼 가격이 비싼 대형차와 수입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역진성 문제도 일으킨다. 예컨대, 개소세가 부과되지 않은 경차는 정부의 이번 세금 인하 연장 혜택에서 비껴나있다.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 회복세가 더딘 것은 가장 많은 판매량을 차지하는 경차 ‘스파크’가 개소세 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스파크는 내수시장에서 3304대 팔려 1년 전보다 7.5% 각각 감소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잇따른 노사 갈등으로 경영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7월 한달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줄었다.
쌍용차는 판매량이 급감하고 재고가 쌓이자 지난달 공장가동을 일시 멈추며 감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수 부진에 따른 판매 감소로 적정 재고량을 넘어선 상태”라며 “노사 합의로 재고 조정을 위해 일시 생산을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월간 판매량이 1만2천대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만대를 겨우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쌍용차는 4500대를 적정 재고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4월부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재고량은 5천대를 넘겼다. 쌍용차의 지난달 내수 판매(8707대)는 전년 동기보다 11.4%, 수출(2079대)은 32.8% 줄어들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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