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차부품업체 델파이에서 분사한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40억달러(약 4조8천억원) 규모의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와 고도화된 기술력의 결합으로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대약진을 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구상이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두 회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조인트벤처(합작회사) 설립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그룹 쪽이 밝혔다. 투자 규모는 총 40억달러로, 두 회사가 합작법인의 지분 50%를 똑같이 나눠 갖는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현금 16억달러를 비롯해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달러 가치를 포함한 총 20억달러 규모를 출자하며,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이르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합작사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합작법인은 이사회 동수 구성 등 공동경영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번 합작사 설립은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속화할 새로운 길을 열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선두 그룹에서 밀려 10위권 밖에서 맴돌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분 투자 방식의 단순 협업수준을 넘어 소프트웨어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 직접 회사를 설립해 공동 개발하는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이를 통해 ‘퀀텀 점프’ 수준의 기술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앱티브는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앱티브 역시 자동차 개발과 제조 역량에서 세계 5위의 생산능력을 지닌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됨으로써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됐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세계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확대하며 미래차 개발에 대비해왔다.
합작사는 설립 인·허가와 당국의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출범할 예정이다.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두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특허를 제공하고 차량 개조와 인력 지원 등을 통해 기술교류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금액은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국외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는 데 대략 1조원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과감한 결정인 셈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자율주행 핵심 기술의 조기 확보가 그만큼 시급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일 뿐 아니라 전통적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모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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