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문화에서 변화가 많았다. 실제 결재판 수기결재 사용을 안하시나?”
”안한다. 예전부터 싫어했다. 메일로 전달하고, 화상으로도 얘기한다. 마주앉아 설명하는 것은 제발 하지 말아달라. 메일 보낼 때도 파워포인트 넣는 것은 안 했으면 한다. 보내는 이도 읽는 이도 힘들다. 몇 줄이라도 뜻만 전달되면 된다.”
22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대강당에서 오간 대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임직원 1200여명은 1시간 동안 격의 없이 즉석에서 질문하고 답했다. 이날 열린 ‘타운홀 미팅’의 주제는 ‘변화’였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소통과 공유를 목적으로 도입한 타운홀 미팅은 지난 3월과 5월 ‘자율복장’과 ‘미세먼지 저감’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번째 자리에 정 수석부회장은 처음 참석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소탈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고 한다. 그는 ‘셀카’를 함께 찍고 직원들은 ‘수석부회장’을 줄인 그의 별칭인 ‘수부’라고 부르며 질문을 던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청년 세대의 고민을 담은 책을 권하고 의견을 묻기도 했다. 스트레스 관리에 대해선 “잘 자면 풀린다. 술 마셔서 풀리지는 않는다. 운동하면서도 많이 푼다. 맛있는 것도 먹는다”고 답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밥상교육’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건강’과 ‘긍정적인 생각’을 강조했다.
진행을 맡은 현대차 인재개발전략팀의 박용희 매니저는 ‘그룹의 방향성’을 물었다. 정 부회장은 “(우리가 계속)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30%가 피에브이(PAV·플라잉카 등 개인용 비행체),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답했다. 자동차 산업의 화두인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해선 “공간적·시간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이 굉장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안전을 바탕에 두고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진솔한’ 질문도 나왔다. 정 부회장은 “전세계적으로 2500만대 공급과잉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계속 만들어내고 있고, 우리도 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차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서비스 등 앞서가는 솔루션을 내놔야 고객이 우리 차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외국인 직원이 변화의 체감 정도를 묻자 “갑자기 과격하게 변화하면 피로할 수 있지만, 필요에 의해 변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고 지금은 빙산의 일각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능력을 200~300% 발휘토록 하는데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변화는 출·퇴근 시간에서 점심시간 유연화, 복장 자율화, 타운홀 미팅 등을 거쳐 일련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타운홀 미팅 역시 과거 현대차그룹에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직된 기업문화 이미지를 걷어내고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