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하철 유니온역 근처에서 데이브 갤런 모션랩 전략담당 상무가 운전자에게 이용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4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하철 유니언역 근처 환승 주차장. 티셔츠 차림의 카셰어링 업체 직원이 빠른 손놀림으로 휴대폰에 내려받은 ‘모션 카셰어’ 앱을 구동시켰다. 시작화면이 나타나자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가장 가까운 곳의 공유차량 정보가 뜬다. 해당 차량을 찾아 휴대폰으로 문을 열고 시동을 걸기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모션 카셰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1월부터 엘에이에서 시작한 카셰어링(차량공유) 서비스다.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국내 차량공유 업체인 ‘쏘카’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이 엘에이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이 도시가 갖고 있는 ‘테스트베드’로서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엘에이는 뉴욕에 이은 미국 2대 도시다. 교통정체도 심하지만 90여개의 교통관련 스타트업(신생기업)이 6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교통난을 해결하려는 각종 시도가 활발히 이뤄진다. 2028년 올림픽을 앞둔 엘에이 시당국도 교통환경 개선 사업에 발벗고 나섰다. 이런 점 때문에 미래 모빌리티 사업 검증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시동을 건 현대차그룹의 차량공유 서비스는 두 달 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이달 중순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이 사업을 위해 최근 엘에이에 차세대 모빌리티 법인 ‘모션랩’을 세웠다. 이 법인을 통해 카셰어링뿐 아니라 앞으로 로보택시, 셔틀 공유, 다중 및 퍼스널 모빌리티,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각종 모빌리티 서비스의 실증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션랩의 서비스 이용요금은 가입비 12달러(약 1만4천원)를 제외하면 주행시간에 따른 사용료(연료비 포함)는 시간당 12달러이다. 같은 거리를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하철·버스 요금은 7달러(대기시간 포함 약 2시간 소요), 택시나 우버 요금은 60달러다. 오는 3월부터 분당 요금제가 적용되면 20분 운행 때 비용은 4달러에 그친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 교통에 비해 시간은 3분의 1로 줄어들면서도 비용은 비슷하고, 택시 요금의 8분의 1 수준이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데이브 갤런 모션랩 전략담당 상무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범운영 개념으로 사전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 중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모션랩을 통한 카셰어링 실증 사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의 사업성 검증 외에도 브랜드 인지도 제고, 개별 차종의 상품성 홍보, 판매 확대 등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안착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미국에서 카셰어링 사업에 먼저 진출한 경쟁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고심하며 발을 빼고 있다. 베엠베(BMW)의 ‘드라이브나우’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철수했고, 제너럴모터스(GM)도 ‘메이븐’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다. 2016년 마이애미에서 시작한 ‘카투고’도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접었다. 대부분 차고지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거나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용률이 급감했다. 모션랩은 엘에이 메트로와 교통국 등 시당국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있다고 했다. 정헌택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모빌리티사업실장은 “다른 업체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보고 있다. 우리는 당장 수익을 내는데 급급하지 않는다. 서비스와의 결합으로 제조 역량을 강화해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의 제품군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국내서도 모빌리티 통합 관리 솔루션 기업 ‘모션’을 설립하고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에 발걸음을 뗐다. 다만 국내 환경에 맞춰 렌터카 업체들의 운영을 지원하는 방안을 택했다.
로스앤젤레스/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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