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년 만에 현대차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의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한층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19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다음달 19일 주주총회에 정몽구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이에 정 회장은 지난 1999년 이후 22년간 맡아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1938년생인 정 회장은 올해 82살이다. 다만 정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장직은 유지한다.
정 회장과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예견돼 왔다. 정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지난해 7차례 열린 이사회 회의를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데다, 그럼에도 고액 보수를 받는다는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셌던 탓이다. 정 회장은 2018년 한 해에만 55억원을 받은 바 있다. 또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된 것도 정 회장의 이사 퇴진 전망이 나온 주요 배경이다.
다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등기이사로 재선임됐으며 오는 2022년 3월까지가 임기다. 정 회장의 대표이사 퇴진에 따라 현대차 경영은 공동 대표이사인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이원희 사장, 이날 이사회에서 새 사내이사로 추천된 김상현 재경본부장 등이 이끌게 된다. 다만 사내·외 이사 중 한 명이 맡게 되는 이사회 의장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차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임 의장은 다음달 주총 직후 개최될 이사회에서 결의할 사항이라 결정된 게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고 해서 지금 위상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 회장이 여전히 회장직을 갖고 있는 데다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 쪽은 “정 회장은 현대차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주요 결정 사항은 계속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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