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첫 차를 구매한 이아무개(32)씨. 전시장을 찾는 대신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했다. 사이트에서 원하는 차종과 사양, 할인 혜택 등을 선택해 견적을 요청하면, 요청서를 본 딜러들이 기재된 이씨의 연락처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씨는 그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딜러를 선택해 거래를 진행할 수 있었다. 딜러와 직접 만나서 처리하는 일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차량을 인도받는 정도인 셈이다.
이씨는 5일 “처음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알아본 건데, 막상 해보니까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여러 조건을 비교할 수 있어 편리했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주변에도 이렇게 사는 사람이 많더라”고 말했다.
■ “돌이킬 수 없는 흐름 될 것”
자동차 업계에도 언택트(비대면) 바람이 불고 있다. 전시장에 가지 않고 온라인 최저가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자동차 제조사들도 앞다퉈 자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비중이 증가해온 온라인 판매 서비스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자동차 업계를 덮친 언택트 바람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한때 딜러망 전체가 셧다운됐던 국외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판매 체인인 ‘오토네이션’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잭슨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최근 오토네이션 판매 중 45% 정도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디지털의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가역적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하거나 기존 플랫폼을 확대하며 화답하는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스템 ‘샵 클릭 드라이브’에 딜러 750여명이 가입했으며, 이로써 미국 내 딜러 중 85%가량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폴크스바겐도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전기차 시리즈 ‘아이디(ID)’의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인도와 미국,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차가 범유럽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 온라인 가격비교 익숙한 젊은 층 겨냥
딜러망이 비교적 잘 구축돼 있는 제조사들마저 온라인 판매에 전면적으로 나선 것은 언택트 소비 흐름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고 손쉽게 여러 판매처의 가격을 비교하는 데 익숙한 젊은 층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도 같은 환경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2030세대는 물건을 살 때 사람과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흐름에서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다른 상품과 달리 100% 언택트로 처리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으로 1차 유입이 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온라인 판매 방식을 이미 전면 시행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전기자동차 분야의 최강자로 꼽히는 테슬라다. 특히 테슬라는 딜러를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른 제조사와 달리 자동차를 직접 판매하는 테슬라의 방식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자동차 딜러가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딜러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인도와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현재로서는 대부분의 자동차 온라인 판매 플랫폼에 딜러가 개입한다.
■ “딜러 역할 사후 서비스로 옮겨갈 수도”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을 완전 대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특성상 시승 등 대면 접촉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절차가 있는 만큼 전시장과 영업사원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최소 수천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상품인 만큼 구매 상담이나 사후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아, 섣불리 딜러망을 축소했다가는 판매량에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용돼 있는 영업사원들의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변수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그런 맥락에서 딜러망이 축소되기보다는, 딜러의 역할이 영업에서 사후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여전히 온라인 판매의 비중은 오프라인에 비해 매우 낮다. 국산차 중에서는 르노삼성이 2017년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출시한 것이 유일한데, 지난 4월까지 판매된 엑스엠(XM)3 1만1914대 중 16.8%만 온라인 청약으로 진행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너지가 났는데도 비중이 그리 크진 않다”며 “온라인 판매가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