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 쉐보레 2020년형 볼트이브이(EV). 한국지엠 제공
‘테슬라 독주를 막아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구매 고객을 위한 혜택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테슬라 독주 체제 조짐을 보이자, 전기차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는 구매 비용 부담을 낮춘 전기차 전용 ‘엘리트’(E-Lite) 할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코나 일렉트릭이나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구매하는 개인 고객에게 선수율 제한 없이 최대 55%까지 차량 가격을 유예하고 최저 1.9% 금리를 적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중도해지 수수료도 면제된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개인용 전기차 충전기 또는 전기차 충전카드(30만 포인트)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받을 수도 있다.
한국지엠(GM) 쉐보레도 이날 사전계약을 시작하는 신형 볼트이브이(EV)의 판매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정부·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하지 않은 가격은 지난해 모델과 동일한 4593만원(LT)∼4814만원(프리미어)이다. 신형 모델의 주행거리가 기존 모델보다 31㎞ 증가한 414㎞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을 다소 낮춘 셈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제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누적 6000여대를 팔았는데, 최근 다소 주춤했다”며 “일종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배터리 용량은 늘리되 가격은 동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월부터 준중형 세단 전기차 에스엠(SM)3 제트이(Z.E.)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 600만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최저 1400만원대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올해부터 테슬라가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급형 모델인 ‘모델3’를 국내에서 출시한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 1분기에는 4070대를 팔아 점유율 46.1%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점유율 1위였던 현대·기아차는 3945대(44.7%)를 팔아 2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는 구매보조금의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체 파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테슬라 모델3 판매량이 증가 추세여서 가격 경쟁에 적극 나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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