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7월 이미 배터리셀로 인한 코나 일렉트릭 화재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늦장 리콜’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이번 리콜(시정조치)에서 주로 배터리 제어 소프트웨어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만 업데이트해주기로 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엘지(LG)화학은 지난해 7월부터 코나 일렉트릭에 탑재될 배터리셀의 양극 단자부에 절연 코팅을 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부터 해당 배터리셀을 적용한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엘지화학 쪽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엘지화학 관계자는 “화재와 연관해서 실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분리막이 열에 의해 수축되는 현상에 대해서 더 강건하게 설계하기 위해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화재 원인에 대해 “제조 공정상 품질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의 손상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확인됐다”면서도 분리막 손상의 가능성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 대신 “(리콜 대상이 아닌)3월 이후 생산분부터는 절연 코팅이 적용됐다”는 식으로 정확한 설명을 회피해왔다.
현대차 설명대로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화재라면 늦장 리콜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화재의 원인 중 하나로 본 건 맞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고 물러섰다.
이번 리콜 조처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이번 리콜에서 배터리관리시스템의 진단 기능을 강화하고, 배터리 교체는 별도의 이상 징후가 있는 경우에만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이미 1차 업데이트한 배터리관리시스템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현재 추정되는 배터리셀 결함을 제어 소프트웨어의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날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허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9월 발생한 화재 3건은 1차 업데이트된 배터리관리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에서 발생했다. 또 현대차가 업데이트에 적용했다고 주장한 경고 메시지도 사전에 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절연 코팅이 적용된 지난해 10월 이후 생산된 차량에서는 발생한 화재가 없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조처가 화재 가능성을 100% 막을 수 없다고 우려한다. 에너지공학 전공 ㄱ교수는 “정황을 봐서는 분리막 손상의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생산분에 대해서는 배터리를 교체해줘야 화재를 막을 수 있다”며 “배터리팩을 교체하는 데 대당 2000만원 넘게 드는 만큼 리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잘못된 조처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