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구리 방향 강변북로에서 테슬라 모델Y가 오토파일럿 통제 하에 주행하는 모습(동승석에서 촬영).
지난 12일 국내 상륙한 테슬라 모델Y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회생제동이다. 테슬라는 최근 회생제동량을 줄일 수 있는 옵션을 신차에서 없애고 있다. 이렇게 하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나는 한편,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주로 가속 페달만 이용하는 ‘원페달 운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딜 브레이커”라는 하소연이 나온 이유다. 테슬라의 새로운 방침이 적용된 국내 첫 타자는 모델Y. 지난 19∼20일 모델Y 퍼포먼스를 직접 운전해봤다.
테슬라 모델Y 외관
‘낮음’ 선택지 사라진 회생제동
회생제동은 전기차의 고유 기능 중 하나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모터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감속하는 동시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원리다. 특히 회생제동량이 많으면 가속 페달을 놓는 것만으로도 속도가 빠르게 줄어든다. 그만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지만,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은 당황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아직도 현대차·기아나 제너럴모터스(GM) 등 대부분의 업체는 회생제동량을 고객이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의 테슬라 고객들도 주행 설정에 들어가 회생제동 단계를 ‘표준’과 ‘낮음’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낮음’의 경우에는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들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모델Y에는 이런 선택지가 없고 ‘표준’으로 고정돼 있다. 실제로 여러 번 실험해보니, 시속 30㎞로 달리다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3~4초 만에 속도가 시속 5㎞로 줄어 차가 거의 정지했다. 체감상 브레이크 페달을 중간 세기로 밟는 것과 비슷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멀미가 났고, 동승석에 다른 사람을 태우고 운전할 때는 더더욱 신경이 쓰였다. 다만 적응한 뒤에는 가속 페달을 밟는 세기를 미세하게 조절해 가속·감속하는 묘미를 즐길 수 있었다. 또 발의 위치가 한쪽에 거의 고정돼 있다 보니 편했다.
안전 측면에서는 다소 걱정됐다. 가장 신경이 쓰인 건 브레이크등이다. 뒤따라오는 차량이 기자의 감속을 제때 알아채지 못해 추돌 사고가 날까 우려됐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회생제동으로 일정 수준 이상 감속하면 후미등에 불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속이 예상될 때 미리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아 후미등을 켜주는 배려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원페달 운전’에 익숙해지면 비상시에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재빨리 옮기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위급한 상황에 순간적으로 헷갈려 브레이크 페달 대신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상상만으로 식은땀이 났다.
테슬라 모델Y 외관
국내 최장 주행거리 511㎞, 실제로는?
테슬라 모델Y 롱 레인지가 국내에서 인증받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511㎞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Y 퍼포먼스의 주행거리는 448㎞로 이 또한 시중 전기차 중에서 상위권이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어떤 조건에서 인증 시험이 이뤄졌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회생제동으로 인해 배터리 효율이 개선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 주행거리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는지다. 전기차 운전자들은 특히 한겨울에 골머리를 앓는다. 히터 가동으로 전력 소모가 늘어나는 데다 저온에서는 배터리 효율마저 떨어지는 탓이다. 모델Y는 테슬라가 처음으로 히트펌프를 적용한 차라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 히트펌프는 전기모터 등에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난방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모델Y의 히트펌프에 대해 “내가 한동안 본 것 중 최고 수준의 공학 기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경험해본 효율도 괜찮았다. 이틀 동안 서울과 근교에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중심으로 75㎞가량을 주행했는데, 터치스크린에 표시된 주행거리는 86㎞ 줄어들었다. 대부분 에어컨이나 히터, 열선을 켠 상태에서 주행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주말 교통 체증이 심한 탓에 고속 주행을 거의 하지 못했고, 낮 기온이 10도를 넘는 등 초봄 날씨에 가까워 전력 소모가 덜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Y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의 설정 화면. 차로 변경의 속도 민감도와 승인 대기 여부 등을 정할 수 있다.
‘문열림’ 버튼에 아이콘…친절해진 모델Y
풀 셀프 드라이빙(FSD) 기능은 겁이 나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했다. FSD에는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베타 버전), 자동 주차, 차량 호출 등이 포함된다. 이 중 내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은 스스로 차로 변경을 제안하고 돕는 기능이다. 옆 차로 차량의 속도를 감지해 끼어들지 말지 결정하는데, ‘매드 맥스’(Mad Max) 모드로 해놓으면 ‘칼치기’ 수준의 끼어들기를 구사한다고 한다. 설정에 따라 운전자의 승인 없이 차로 변경을 직접 하기도 한다. 다만 테슬라는 “승인 설정을 해제한 경우에도 운전자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고 주행에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오토파일럿 기본 기능은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이 기능은 현재 차로를 주행하면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데 중점이 있다. 덕분에 막히는 구간에서 느끼는 피로가 확 줄었다. 다만 앞에서 차가 좁은 간격을 두고 끼어들 때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옆 차로의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고 끼어들 준비를 해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소 늦게 인식하는 듯 했다. 차량이 앞머리를 들이밀고 난 다음에야 감속이 이뤄졌다.
테슬라 모델Y의 문을 여는 버튼과 창문 스위치.
모델Y는 테슬라의 다른 차종에 견줘 좀 더 친절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문을 여는 버튼이다. 다른 모델에는 하얀 직선만 있어 버튼의 역할을 바로 알아채기 어려웠는데, 모델Y에는 문이 열리는 모양의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콘솔 앞 부분의 수납공간 여닫힘은 전동화됐고, 콘솔 위에 휴대전화 무선충전 패드가 추가됐다. 사소한 변화지만 일반적인 차 옵션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반길 만하다.
글라스 루프(유리 천장)도 개선됐다. 모델Y는 모든 차에 자외선이 99% 차단되는 글래스 루프가 적용되는데, 모델3나 모델S에 있던 중간 프레임이 사라졌다. 헤드룸도 넓어져 여러모로 시야가 탁 트인 느낌이다. 2열 시트가 앞으로 완전히 접힌다는 것도 장점이다. ‘차박’이나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모델Y의 트림별 기본 가격은 스탠더드 레인지 5999만원, 롱 레인지 6999만원, 퍼포먼스 7999만원이다. 이 중 스탠더드 레인지는 유일하게 전기차 보조금을 전액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21일 돌연 판매가 중단됐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중단 이유에 대해서는 (본사에서)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