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프리미엄 티브이(TV) 모델인 ‘네오 큐엘이디(Neo QLED) 8K’. 삼성전자 제공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의 큐디-오엘이디(QD-OLED) 기반 티브이(TV) 출시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삼성의 진출로 오엘이디 티브이 시장 성장이 본격화되면 경쟁사인 엘지(LG)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2’에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큐디-오엘이디를 채택한 티브이를 처음 선보인다. 앞서 모회사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큐디-오엘이디 출하식을 열고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한 달에 8.5세대(2200x2500mm) 원장(패널) 3만대를 생산한다. 수율 100%를 기준으로 할 때 매달 65인치 티브이 9만대와 55인치 티브이 6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양산 초기 단계이다 보니 실제 수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업계와 시장에선 큐디-오엘이디의 현재 수율을 50% 안팎으로 추정한다. 100대를 만들면 절반은 쓸 수 없는 부분이 나온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큐디-오엘이디 티브이를 출시해도 패널 수율이 안정화되기 전까진 생산물량에 한계가 있어 이 제품으로 의미있는 매출을 내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년에 (QD-OLED TV가 출시돼도) 티브이 주력 제품은 여전히 미니 엘이디(LED)가 적용된 ‘네오 큐엘이디’(Neo QLED)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전자제품 매장을 찾은 고객이 엘지(LG) 전자의 올레드 티브이(TV)를 살펴보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과거 내구성과 색감 등을 이유로 오엘이디 티브이 생산에 부정적이었지만, 이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 펜트업 수요가 꺾이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제품인 오엘이디 티브이 판매량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 자료를 보면, 중저가 엘시디(LCD) 티브이는 지난해 1분기 4600만6천대에서 같은해 4분기 6876만4천대로 출하량이 급증했지만 이후 수요가 줄면서 올해 3분기 출하량이 4885만9천대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오엘이디 티브이는 62만5천대에서 152만7천대로 시장이 두배 이상 성장했고, 지난 3분기까지 비슷한 수준(153만9천대)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업체 입장에서 오엘이디 제품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올해 2~3분기 기준으로 엘시디 제품보다 4배가량 높아 수익성도 높다.
대형 오엘이디 패널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엘지는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뛰어드는 걸 반기는 모양새다. 생산업체가 늘어날수록 오엘이디 제품이 전체 티브이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기 쉽다. 오엘이디 티브이를 판매하는 브랜드는 지난 2013년만 해도 한 곳(LG전자)에 불과했다. 현재는 소니, 파나소닉 등 20여곳이 뛰어든 상태다. 이들 기업 모두 엘지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시장참여자가 늘어나는 게 이득이다. 기술 향상과 생산량 증가로 업체의 고정비 부담이 줄면 장기적으로 판매가격도 내려가기 때문이다. 2013년 엘지전자의 55인치 오엘이디 티브이 가격은 1100만원이었지만 현재 150만원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오엘이디 티브이 시장 진입을 노리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큐디-오엘이디 패널 수율이 안정화 단계에 이를 때까지 엘지디스플레이의 화이트 오엘이디(W-OLED) 패널을 공급받아 티브이를 만들 것이란 ‘삼성-엘지 동맹설’도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4월과 6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일 낸 보고서에서 “업계는 삼성전자의 엘지디스플레이 WOLED 티브이 패널 채택을 이미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다만 삼성과 엘지 모두 ‘동맹설’을 부인하고 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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