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뮤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테라오 겐이 2019년 2월12일 국내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 공기청정기 ‘발뮤다 더 퓨어’를 소개하는 모습. 발뮤다코리아 제공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토스터기가 있다.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발뮤다’가 2015년 출시한 ‘더 토스터’(The toaster)다.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의 줄임말) 식감을 내는 스팀 기술에 미니멀한 디자인까지 갖춘 제품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8년 이 회사 매출의 27%가 한국 시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후 2년간 발뮤다의 한국 매출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반토막이 났다.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을 자랑했던 이 업체가 일본 브랜드라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발뮤다는 2003년 일본 도쿄에서 1인 기업으로 설립됐다. 선풍기, 공기청정기, 전기포트 등 소형가전을 만드는데, 비싼 가격만큼 기존 가전과 차별화된 성능과 디자인으로 ‘일본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린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테라오 겐은 1973년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유럽을 떠돌다 귀국해 20대 땐 록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가전제품이 아닌 체험을 판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가전업계에선 드물게 생산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팹리스 업체로, 지난해 12월 한국의 코스닥 격인 도쿄 증시 마더스에 상장했다.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발뮤다’를 대표하는 제품인 ‘더 토스터’(The toaster). 발뮤다 누리집 갈무리
한국은 발뮤다의 가장 큰 국외 시장이다. 20일 일본 전자공시시스템(EDINET)을 보면, 2019년 발뮤다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한국 시장 비중은 22.76%(24억7천만엔), 지난해엔 13.06%(16억4400만엔)였다. 반면,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2019년과 2020년 매출 비중은 각각 10.02%(10억8800만엔)와 10.69%(13억4600만엔)에 그쳤다. 국내에서 ‘노 재팬’ 운동이 일어난 2019년 이전 공시 자료는 없지만, 발뮤다코리아 쪽이 밝힌 2018년 한국 시장의 매출 비중은 27%다. 이를 같은 해 발뮤다의 매출(111억9100만엔)에 적용하면 2018년 한국에서 거둔 매출은 30억2100만엔으로 추산된다. 결론적으로, 발뮤다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지난해까지 한국 매출에서 큰 타격을 입은 셈이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노 재팬 운동이 벌어진 지 2년이 지나면서 국내 매출이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까지(1~9월) 발뮤다의 매출은 110억8600만엔이었는데, 이 가운데 한국 매출액이 22억6800만엔이었다. 전체 매출의 20.45%로, 액수로 따지면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을 넘어섰다. 올해 4분기(10~12월) 실적까지 더하면 2019년 수준도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발뮤다는 지난달 첫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시장에선 6인치 이상 대화면이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발뮤다폰’은 4.9인치의 아담한 모양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만 출시된 이 제품의 디자인은 발뮤다가 했고, 2000년대 초반 에스케이(SK)텔레텍과 ‘스카이’(SKY) 브랜드 휴대전화를 함께 만들던 교세라가 위탁생산을 맡았다. 그러나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고가(10만4800엔)에도 불구하고, 중저가 제품에 쓰이는 스냅드래곤 765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채택하는 등 낮은 성능 탓에 국내외 소비자들의 혹평을 받고 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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