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발뮤다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스마트폰 ‘발뮤다폰’. 발뮤다 누리집 갈무리
일본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발뮤다가 지난해 선보였던 첫 스마트폰이 출시 두 달 만에 판매 중단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외 소비자들 사이에선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이 회사가 애초에 레드오션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이유는 따로 있다는 뒷말도 나온다.
19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발뮤다폰’을 유통하는 소프트뱅크는 지난 7일 이 제품의 온·오프라인 판매를 중지했다. 일부 주파수 대역에서 허용치를 넘는 전파간섭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위탁제조사(교세라)의 통보 때문이었다.
이후 발뮤다는 소프트웨어상의 문제를 해결해 13일부터 제품 판매를 재개했지만, 이미 시장에선 100만원이 넘는 원래 출고가(10만4800엔)에 한참 못미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발뮤다폰은 지난해 11월 출시 때부터 중저가 제품에 쓰이는 ‘스냅드래곤 765’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채택하는 등 낮은 가성비 탓에 혹평을 받아왔다.
사실 발뮤다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은 처음부터 ‘뜬금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 직원 수 100명 안팎의 중소기업이 나서는 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라는 거다. 하지만 발뮤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테라오 겐은 기존 스마트폰보다 크기가 작고 곡선을 강조한 디자인을 차별화 전략으로 앞세워 스마트폰 출시를 밀어붙였다.
이와 관련해 발뮤다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테라오 겐은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의 소유자”라며 “스마트폰 자체보다 장기적으로 미래차 시대의 디지털 키 등을 염두에 두고 발뮤다폰을 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가 각각 베엠베(BMW)와 현대차 일부 모델에 스마트폰으로 차량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는 ‘디지털 키’ 기능을 지원하는 것처럼 발뮤다가 각종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스마트폰의 플랫폼화를 고려해 일종의 시험작을 내놓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테라오 겐은 지난해 11월
<니혼게이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떤 시장을 겨냥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동차와 새로운 웹 서비스에 관심이 있다. 10년 뒤 스마트폰이 지금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으리란 것은 분명하고,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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