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부터 2천원이 올라 2만원이 되는 비비큐 대표메뉴 황금올리브치킨. 한겨레 자료사진
“식용유 가격 치솟고, 배달 앱 수수료와 홀 서빙 알바 인건비 오르고…. 모든 게 다 오르니 치킨값도 올리는 게 맞긴 하는데, 고객들은 결국 점주인 우리만 탓하겠죠. 일시적으로 치킨 주문도 줄어들게 확실하고요. 가격 인상분이 가맹점주 몫으로 얼마나 돌아올지도 의문입니다.”
서울 강북에서 비비큐(BBQ)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3)씨는 “다음 달 2일부터 제품값을 2천원씩 올린다”는 본사의 발표에도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이씨는 “나도 소비자 입장에서 과잣값, 기름값, 채솟값 오르는 게 무서울 지경인데, 치킨값 인상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도 매한가지 아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과 비에이치시(bhc)에 이어 비비큐까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업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비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마당에 2천원이라도 오른 것이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이씨처럼 “걱정이 앞선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비비큐를 운영하는 제너시스비비큐는 지난 22일 “음료와 주류를 제외한 모든 메뉴의 가격을 인상한다”며 “다음 달 2일부터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은 1만8천원에서 2만원, 황금올리브 닭다리는 1만9천원에서 2만1천원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교촌치킨이 허니콤보 등 인기 제품 가격을 2천원 올렸고, 12월에는 비에이치시가 주요 메뉴 가격을 1천~2천원씩 인상한 바 있다. 이로써 ‘치킨 2만원’은 이제 시장의 대세가 됐다.
치킨 업계는 가맹점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제네시스비비큐는 “전 세계 물류 대란으로 국제 곡물 가격과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했지만, 그동안 가격 인상 요인을 본사가 부담해왔다”며 “배달 앱 중개 수수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가맹점주들의 가격 인상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해 지난해 말 3만원대였던 18ℓ짜리 업소용 말통 식용유 가격이 지난달 5만원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치킨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마포구에 사는 윤경원(43)씨는 “1주1닭을 생활화할 정도로 치킨을 즐겨 먹는데, 닭값 담합에 관한 언론 보도에 분노했더니 이번엔 또 가격 인상이냐”며 “결국 소비자에게 비용 상승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경기도에 사는 손금열(67)씨는 “자영업자(점주)의 어려움만 핑계 대며 무조건 치킨값을 올릴 것이 아니라 가맹점 수수료를 내리면 되는 일 아니냐”며 “결국 치킨을 좋아하는 소비자만 호구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치킨업계는 “가맹점주들의 고통”을 가격 인상의 주요 근거로 거론했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이 점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제너시스비비큐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일부 원·부재료 가격도 제품가격 인상률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비비큐 가맹점주는 “치킨값이 올라도 본사가 공급하는 재료값을 올리면 업주한테 돌아오는 인상 효과가 얼마일지는 따져볼 문제”라며 “결국 소비자한테는 가맹점주 핑계를 대고, 이득은 본사가 챙겨가는 구조가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치킨업계의 실적은 코로나19 확산을 탄 배달 증가 등으로 큰 호조를 보였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매출액 493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280억원이나 됐다. bhc 역시 지난해 매출이 4771억원에 영업이익도 1538억원에 달했다. 이번에 가격 인상에 동참한 비비큐는 지난해 전년 대비 13%가 넘는 362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 역시 608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14.5%나 증가한 바 있다. 가격 인상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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