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일부터 1만8천원에서 2만원으로 가격이 오르는 비비큐황금올리브치킨. 한겨레 자료사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해마다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에도 인건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치킨값을 잇달아 올린데 대해 소비자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18일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한 배달 식품인 치킨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며 “국내 치킨 업계 상위 5개 프랜차이즈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치킨 2만원 시대’를 연 가격 인상은 그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앞서 교촌치킨과 비에이치시(BHC)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인건비와 수수료 및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해 감당할 수 없다”며 치킨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비비큐(BBQ)는 가격 동결을 선언했지만, 이달 2일부터 비슷한 이유로 사이드 메뉴와 음료·주류를 제외한 모든 메뉴의 가격을 올렸다.
교촌과 BHC에 이어 이달 2일부터 대표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2만원으로 인상했다. 비비큐 누리집 갈무리
소비자단체협의회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매출액 상위 5개 브랜드(교촌치킨, 비에이치시, 비비큐, 처갓집양념치킨, 굽네치킨)의 가맹본부·가맹점 매출액이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개년 매출액의 경우, 굽네치킨(8.8%)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 가맹본부 모두 연평균 10% 이상씩 증가했고, 특히 처갓집양념치킨은 17.2%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영업이익은 5개 업체 모두 5년 동안 연평균 12% 이상씩 증가했다. 비비큐의 영업이익률이 연평균 33.8%로 가장 높았다.
특히 치킨 가맹본부의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14.2%로 도·소매업 평균(2.5%)의 5.7배에 달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런 분석 결과로 봤을 때, 인건비와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기업의 손익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모두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의 상승세 덕에 치킨값 인상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적인 손익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협의회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치킨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이유로 꼽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또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육계업계 가격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프랜차이즈가 주로 사용하는 닭고기 9~10호의 연평균 시세는 2015년 3297원에서 2020년 2865원까지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2021년 3343원으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10여년 동안의 닭값 담합은 치킨과 관련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선호에 큰 상처를 줬고, 소비자들은 치킨 가격 인상으로 외식물가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며 “이런 와중에 ‘국민과 고통 분담’을 주장하며 가격 동결을 결정했던 비비큐는 2018년 가격 인상 이후 또다시 최근에 약 2천원의 가격 인상을 함으로써 업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가격 인상으로 치킨 가격 2만원 시대를 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치킨 프랜차이즈 본부는 가맹점주들과 협의해 가격 인상을 한다고 주장했으나, 가맹점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 인상 등을 봤을 때 ‘가맹본부만의 이익 증가를 위한 치킨 가격 인상’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