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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현장] 유일한 새벽배송 흑자 기업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등록 2022-08-07 11:45수정 2022-08-08 02:49

오아시스마켓 의왕 물류센터 가보니
자동화 비용↓전문 인력↑ ‘저비용 고효율'
풀필먼트·유기농 식자재 사업 확장 중
1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오아시스마켓 제2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배송 카트에 물건을 담고 있다.
1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오아시스마켓 제2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배송 카트에 물건을 담고 있다.

자동으로 물건을 옮기는 무인로봇 대신 사람이 직접 카트를 끌며 주문받은 상품들을 배송 바구니에 담는다. 박스 포장 뒤 송장까지 알아서 부착하는 로봇팔 대신 직원들이 직접 상품을 검수·포장해 배송 준비 작업을 마친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오아시스마켓 제2물류센터. 직원 수십명이 상품을 골라 담고 포장하는 피킹·패킹(Picking·packing)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수도권 서부와 충청권의 신선식품 새벽 배송을 위해 지난달 말 새롭게 문 연 이 센터는 분·초를 다투는 ‘총알 배송'을 위해 자동화 설비 확충에 열을 올리는 경쟁사들과 달리, 다소 아날로그적인 모습이었다. 밖은 30도가 넘는 찜통 더위로 숨이 턱턱 막혔지만, 센터 내부는 신선식품 보존을 위해 영상 5도 안팎을 유지하는 탓에 모두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있었다.

오아시스는 의왕 물류센터에 대해 “‘저비용 고효율’이란 기업 운영 철학을 반영해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존 성남 제1물류센터보다 8배 넓은 약 10만㎡(3만평)의 공간에 철제 레일을 층층이 쌓아 자투리 공간을 최소화했다. 1만여가지 상품을 취급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3천~4천가지 주요 상품들만 직매입해 압축적으로 상품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물건을 찾아 포장하는 시간을 단축했다.”

센터 곳곳에선 직원 한명이 15개 안팎 바구니가 실린 대형 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며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바구니에 담는 작업이 한창이다. 작업은 식품 신선도 유지를 위해 상온-냉장-냉동 공간 순으로 이동하며 이뤄졌다. 피킹된 상품을 운송 레일에 올리면 별도의 패킹 공간에서 박스 포장 작업이 진행된다. 다양한 온도의 식품을 빠르게 한 박스에 모아 포장하는 노하우는 상온과 냉장 식품을 낱개 포장해 배송하는 경쟁사들과 비교해 포장·배송비를 줄이는 경쟁력이 됐다.

1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오아시스마켓 제2 물류센터에서 자동화 레일을 통해 배송 상품들이 옮겨지고 있다.
1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오아시스마켓 제2 물류센터에서 자동화 레일을 통해 배송 상품들이 옮겨지고 있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로봇 설비 대신 다른 층으로 물건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자동 레일 등 꼭 필요한 설비만 갖추는 방식으로 투자비를 줄였다. 대신 전문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오전, 오후, 야간 등 3교대로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일용직 단기 노동자보다 무기계약직 형태의 직고용을 고수했다.” 의왕센터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이현영 과장은 “자동화 설비도 중요하지만 상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치하는지와 직원들이 얼마나 업무에 능숙한지도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요소”라며 “직원 1인당 하루 평균(8시간) 150박스 이상 피킹포장을 하는 등 자동화된 센터에 비해 업무성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의왕 물류센터는 비슷한 규모의 자동화 신선 물류센터를 구축하는데 200억원가량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인 약 40억원의 비용만 투자됐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비결이란다. 오아시스마켓 매출은 2015년 193억원에서 지난해 3570억원으로 7년 만에 18배 이상 뛰었고, 꾸준히 흑자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엔 97억원의 흑자를 낸데 이어 지난해엔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새벽배송 시장의 양대산맥인 마켓컬리가 지난해 매출은 1조5614억원으로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177억원 적자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1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오아시스마켓 제2 물류센터 앞에 생수와 포장 박스들이 쌓여 있다.
1일 오후 경기도 의왕의 오아시스마켓 제2 물류센터 앞에 생수와 포장 박스들이 쌓여 있다.

오아시스는 온라인 새벽배송 사업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도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소진되지 않은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며 재고 폐기율을 제로화하려는 목적이다. 2011년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출신 직원들이 모여 식품 직영매장을 운영하면서 시작된 경영 노하우가 반영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지난해에만 10여개 매장이 늘어나, 수도권 지역에서만 54개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오아시스는 의왕 물류센터 가동과 함께 이랜드리테일 등 협력사들의 신선식품 관리·배송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상온 제품을 중심으로 제공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신선식품 영역으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요양시설·병원·어린이집 등에 유기농 식자재를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김수희 대외법무 이사는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유지하며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새벽배송 사업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의왕/글·사진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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