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완료 버튼을 왜 자꾸 미리 눌러?” “음식 완성된 지가 언제인데 왜 아직 안 와?”
단건배달 위주의 배달시장이 형성되며 ‘속도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음식점주와 배달 라이더 사이에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배달앱 업체들은 가뜩이나 성행하는 ‘똥콜 골라내기’에 이어 ‘조리시간 대기’에 지쳐 ‘픽업 취소’를 해버리는 라이더들을 달래기 위해 ‘조리대기 이벤트’를 벌이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8일 배달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어든 배달시장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경쟁이 격화하면서 업주와 라이더들 사이에 분쟁이 늘고 있다. 음식점주들은 라이더 배정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기 위해 라이더 도착 시각을 미리 역산해 ‘조리완료’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은데, 라이더들은 콜을 받고 식당에 도착해 보면 음식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조리대기’ 시간이 길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서울 관악구에서 스파게티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아무개(47)씨는 “음식을 다 만들고 나서 라이더를 부르면 콜이 잡히지 않아 음식이 다 불어터진 경우가 많다”며 “하는 수 없이 라이더가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서 미리 조리완료 버튼을 누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라이더들 사이에 단가가 낮거나 배달이 어려운 지역을 기피하는 ‘똥콜 골라내기’가 성행하면서 라이더 잡기가 어려워지자 음식 조리가 채 완료되기 전에 라이더부터 부르고 보는 셈이다.
쿠팡이츠는 27일까지 조리대기 시간이 5분 이상일 땐 2천원의 추가금을 지원하는 ‘조리대기 이벤트’를 벌였다. 커뮤니티 갈무리
이런 일이 만연하자 라이더들의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3년 차 라이더인 조아무개(24)씨는 “콜을 잡아서 식당에 도착해 보면, 조리가 끝나지도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시간이 아까워서 과감히 콜을 취소하는 배달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마냥 기다리게 되는데, ‘시간이 돈’인 우리에겐 정말 낭비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라이더들 사이에는 조리대기 10분 이상이면 그냥 취소해버려야 업주들의 행태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결국 피해는 이들 사이에 낀 배달 소비자가 보게 된다.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들은 음식이 완성돼도 콜이 잡히지 않거나, 조리대기 시간이 길어져 라이더가 픽업 취소를 하면 배달지연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앱 업체들은 ‘조리대기 이벤트’까지 벌이며 라이더 달래기에 나섰다. 쿠팡이츠는 지난 27일까지 라이더를 대상으로 조리대기 시간이 5분 이상일 경우, 2천원의 가산금을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음식을 픽업하기 위해 식당에 도착했지만, 조리대기 시간이 5분이 넘게 지연되면 일종의 ‘가산금’을 주는 형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라이더는 <한겨레>에 “조리대기로 인한 피해를 이벤트로 메꾸려 할 것이 아니라 기준을 정해 원칙적으로 할증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반면 한 점주는 “라이더를 불러도 오지 않아 배달이 지연되는 경우와 견주면 조리대기는 애교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