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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빼빼로데이’는 롯데만의 날인가?…“상표권 침해” 잇단 경고

등록 2022-11-11 09:08수정 2022-11-11 09:18

롯데제과, 이달 초 한 플랫폼에 “상표권 침해” 경고장
“법적으론 맞지만…이미 ‘대중적 기념일’로 즐겨” 반론도
롯데제과가 판매 중인 빼빼로 제품들. 롯데제과 누리집 갈무리
롯데제과가 판매 중인 빼빼로 제품들. 롯데제과 누리집 갈무리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 중인 ㄱ씨는 이 달 초 한 핸드메이드 제품 쇼핑 플랫폼에 ‘빼빼로데이 디아이와이(DIY)’ 키트 판매 글을 올렸다가 해당 플랫폼 쪽으로부터 “롯데제과 법무팀으로부터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경고장이 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ㄱ씨는 “지금까지 ‘빼빼로’나 ‘빼빼로데이’라는 말은 그냥 널리 쓰이는 보통명사처럼 생각해 사용했는데, 이것이 상표권 침해 행위인지 짐작조차 못했다”며 “갑자기 대기업 법무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하니 겁이 덜컥 났다”고 말했다.

‘빼빼로데이’(11월11일)를 앞두고 해묵은 ‘상표권 침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롯데제과는 일부 플랫폼을 대상으로 ‘상표권 침해 모니터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둘러싸고 ‘기업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의견과 ‘빼빼로데이를 만든 것은 일반인들인데, 너무 과도한 대응’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롯데제과가 ‘상표권 침해 경고장’을 보낸 한 플랫폼은 ‘빼빼로데이’와 ‘빼빼로’ 대신 ‘1111데이’와 ‘막대과자’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누리집 갈무리
롯데제과가 ‘상표권 침해 경고장’을 보낸 한 플랫폼은 ‘빼빼로데이’와 ‘빼빼로’ 대신 ‘1111데이’와 ‘막대과자’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누리집 갈무리

11일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쇼핑 카테고리에서 ‘수제 빼빼로’라는 검색어로 검색하면, 5천개가 넘는 상품이 검색된다. 중소 자영업자들이 11월11을 겨냥해 빼빼로 모양의 초코막대과자를 제작해 ‘수제 빼빼로’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이들 상품이 ‘빼빼로’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 롯데제과에 ‘빼빼로’에 대한 상표권이 있기 때문에 과자는 물론 볼펜, 인형, 쿠션 등 다른 물품에도 ‘빼빼로’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상표권 침해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블로그를 통해 “빼빼로데이가 다가오면서 오프라인은 물론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빼빼로’라는 단어를 함부로 써서 상표권 침해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며 “롯데제과의 빼빼로와 비슷한 제품에 ‘막대과자’ ‘초코스틱’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빼빼로데이 해외광고 중 카자흐스탄 편. 롯데제과 제공
롯데제과의 빼빼로데이 해외광고 중 카자흐스탄 편. 롯데제과 제공

실제로 롯데제과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핸드메이드 제품 플랫폼은 등록된 판매자들이 판매하던 제품에서 빼빼로, 빼빼로데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1111데이’ ‘막대과자’ ‘초코스틱’ 등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빼빼로데이’가 일반인들이 입에서 입으로 놀이처럼 시작했던 것을 롯데제과가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ㄱ씨와 비슷한 사례의 글에도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수제 빼빼로를 제작해 판매하는 한 자영업자는 <한겨레>에 “원칙적으로 ‘빼빼로’ 상표권이 롯데제과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처럼 기념일화된 빼빼로데이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2014년에도 위메프 등 일부 소셜커머스가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빼빼로’라는 단어를 사용한 판촉행사를 벌였다가 롯데제과 쪽과 ‘상표권 침해 논쟁’을 벌인 바 있다.

올해 출시한 온라인 전용 빼빼로 상품들. 롯데제과 제공
올해 출시한 온라인 전용 빼빼로 상품들. 롯데제과 제공

롯데제과는 ‘빼빼로’라는 상표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5년엔 다이어트 미용시술인 ‘빼빼로 주사’에 대해서 상표 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며, 빼빼로보다 5년이나 먼저 비슷한 상품을 출시한 일본 ‘포키’ 제조사와의 ‘표절 소송’에서도 지난해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일부에서는 11월11일이 ‘농업인의 날’인 점을 고려해 ‘빼빼로데이’ 대신 ‘가래떡데이’라는 말을 쓰고, 떡 소비를 진작하자는 움직임도 일었지만,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를 맞아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통합 캠페인을 벌이는 등 이 날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카자흐스탄 국영 방송을 비롯해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몽골 등 5개국에서 빼빼로데이를 홍보하는 티브이 광고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빼빼로는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판매 중이며, 수출액만 연간 350억원에 달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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