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스25가 출시한 버터맥주. 버터가 들어있지 않음에도 ‘버터맥주’로 홍보하고 있으며, 한 캔에 65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에스25 제공
“버터도 안 들어간 ‘버터맥주’, 왜 이렇게 가격이 사악한 거야?”
하루 3만5천캔씩 팔려나가 누적 판매량 130만캔을 돌파했다는 버터맥주. 편의점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버터맥주’의 향과 가격을 둘러싸고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주류 및 편의점 업계 말을 종합하면, 한 캔에 6500원(4캔 2만4천원)으로 일반 맥주보다 비싸지만 불티나게 팔리는 버터맥주의 가격이 ‘거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에선 4종 중 딱 1종에만 ‘버터향 합성원료’가 첨가됐음에도 편의점 지에스(GS)25가 이 제품을 ‘버터맥주’로 홍보하면서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버터맥주 원가는 1800~2000원가량으로 다른 편의점에서 파는 일반 맥주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독점 판매처인 지에스25가 공급처인 블랑제리뵈르에 로열티로 캔당 1500~1600원을 지급하고, 여기에 지에스25가 추가 마진을 붙여 캔당 6500원으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는 설명이다.
주류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2천원은 다른 편의점 수제 맥주와 큰 차이가 없는데, 과도한 로열티에 과도한 추가 마진으로 가격에 거품이 낀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일반 편의점 수제맥주의 추가 마진율이 30~35% 수준인 것과 비교해, 45%가 넘는 지에스25의 마진율은 너무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버터맥주의 가격에 대해 ‘사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기심에 버터맥주를 구매했다는 조아무개(44)씨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개취(개인취향)지만, 아무래도 4캔 1만원대 편의점 맥주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2.5배에 가까운 2만4천원이라는 가격은 사악한 듯싶다”며 “실제 원가가 그렇게 비싼지 아닌지를 소비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두 번은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에스25가 출시한 버터맥주. 버터가 들어있지 않음에도 ‘버터맥주’로 홍보하고 있으며, 한 캔에 65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에스25 제공
버터맥주는 편의점 지에스25의 본격 판매에 앞서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먼저 홍보를 시작했다. 당시에도 동일한 가격에 판매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임대료·입점수수료 등 제반 비용이 비싸서 그렇다 쳐도 편의점은 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히려 대량 공급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음에도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 것은 과도한 로열티와 마진율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버터’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버터맥주’라고 홍보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4종의 맥주 가운데 버터향 합성향료가 첨가된 것은 단 1개 제품(트리플에이플러스) 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를 보면, ‘맛’ 또는 ‘향’을 내기 위한 원재료로 합성향료만을 사용해 제품명 또는 제품명의 일부로 사용하고자 할 때는 원재료명 또는 성분명 다음에 ‘향’자를 사용하되, 그 글씨 크기는 제품명과 같거나 더 크게 표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빙그레가 바나나향 합성향료가 첨가된 우유를 ‘바나나우유’가 아닌 ‘바나나맛우유’로 이름 붙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버터맥주의 실제 이름 역시 ‘블랑제리뵈르 트리플에이플러스(AAA+)’ ‘블랑제뵈르 트리플비플러스(BBB+)’ 등으로 돼 있다. 하지만 캔 전면에 크게 써 있는 ‘뵈르’(BEURRE)가 불어로 버터라는 뜻이고, 지에스25 역시 공식 보도자료나 에스엔에스 등에 ‘버터맥주AAA+’ 등으로 표기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에스25 관계자는 “회사 간 계약 관계와 영업비밀에 따라 구체적인 로열티와 마진율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업계의 주장과는 다른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이어 “버터향이 첨가되지 않은 3종의 경우, 통상 라거 맥주의 발효 기간이 8일인데 견줘 5.5일만 짧게 발효시키면 버터 향이 나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