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지난 5월 글로벌 예약 대행업체(OTA)를 통해 인천-샌프란시스코-샌디에고, 샌디에고-엘에이-인천 구간의 항공권 2매를 구입하고 704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항공기 일정이 변경됐다는 안내를 받은 ㄱ씨는 가능한 일정으로 변경을 문의했으나 처리가 지연돼 환불을 요구했다. 예약 대행업체는 별도 수수료·부가상품(수하물 서비스·보험 상품) 결제 금액을 공제한 뒤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다. ㄱ씨는 “항공사 일정 변경으로 인한 취소·환불인데, 전액을 환급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국내외 출입규제가 완화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예약 대행업체를 통해 구입한 항공권 관련한 소비자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글로벌 예약 대행업체 8곳을 조사한 결과, 일부 업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사용하거나 환불 정보 등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9일 밝혔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8개 업체는 고투게이트, 버짓에어, 아고다, 이드림스, 익스피디아, 키위닷컴, 트립닷컴, 트래블제니오 등 8개 업체인데, 이 가운데 아고다와 익스피디아를 제외한 6개 업체가 환불 불가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이용 약관 조항을 사용하고 있었다. 키위닷컴의 경우 ‘특정 조건에서는 10유로만 환불 가능’이라거나 ‘현금이 아닌 크레디트(적립금)로 환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고투게이트는 ‘항공사 사정으로 계약 해지 시에도 소비자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이 약관에 포함돼있다. 버짓에어·이드림스·트립닷컴·트래블제니오 등 4개 업체는 ‘항공권은 일반적으로 환불이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 예약 화면에는 ‘항공사 규정에 따라 취소가 가능할 수 있다’고 표시돼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었다.
또한 익스피디아를 제외한 7개 업체는 항공권의 변경·취소 및 환불 정보를 기준보다 미흡하게 표시하고 있었고, 항공기 종류(4개 업체)나 유류할증료(8개 업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고투케이트·버짓에어·이드림스·키위닷컴·트래블제니오 등 5개 업체는 개별 항공권의 정책과 관련 없이 ‘취소보장’ ‘환불가능 약관’ 등과 같은 부가상품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었다. 일부 부가상품은 상품명이 ‘환불 가능 예약’ 등이어서 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환불이 불가능한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해 불필요한 부가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컸다. 이들 5개 업체는 또한 이메일 상담 서비스 등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와 관련한 사항조차 부가서비스 상품으로 판매하고, 이를 구매한 소비자에게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의 글로벌 예약 대행업체 관련 소비자 불만은 계속 늘고 있다. 최근 3년6개월(2019~2022년 6월) 동안 1327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글로벌 예약 대행업체 관련 소비자 불만은 모두 6260건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취소·변경·환불 지연 및 거부가 63%로 가장 많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예약 대행업체에 소비자에 불리한 약관을 시정하고 표시정보를 강화할 것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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