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영업제한시간·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2012년에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첫걸음을 뗀 셈이다.
정부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형마트·중소유통업체 단체와 함께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행사에는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참여했다.
협약은 “대형마트 등의 영업제한시간·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통신판매)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대형마트 등’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를 말한다. 지금은 영업제한시간·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의무휴업일은 월 2회이며, 공휴일을 원칙으로 삼되 이해당사자 합의 때는 평일로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영업제한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정부와 상인단체들은 이날 협약에서 “의무휴업일 지정 등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의 자율성 강화 방안을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쪽은 중소유통 업체의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화 촉진 등을 위한 인력 및 교육을 지원하고 물류 체계 개선, 판로 확대 및 마케팅·홍보, 시설·장비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각 기관은 이번에 마련한 상생 협약 내용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협약식 이후 정례협의회를 구성해 상생 방안을 구체화하는 등 논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일 폐지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돼야 해서 국회 소관이긴 하나 정부가 규제해제 방침과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영업제한 시간 동안 온라인 배송을 못 한다는 규정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한창 논란이 벌어졌을 때 법제처 유권해석 정도로 온라인 배송 문제는 풀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번 상생 협약은 영업규제 도입 10년 만에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의 상생발전을 위해서 내딛는 첫걸음”이라며 “상생 협약을 통해 대·중소 유통 업계가 손을 맞잡고 미래를 함께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정례협의체를 통해 업계와 지속 소통하면서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대형마트와 중소 유통업체 간 상생을 위해 도입됐으나 최근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한 데 따라 관련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제1차 규제심판 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에 대한 전문가·이해단체 등의 의견을 들었다. 이어 지난 10월 ‘대·중소유통 상생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관계 부처 중심으로 업계와 함께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벌였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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