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오아무개씨는 최근 들어 생필품을 살 때면 주로 대용량 제품을 선택한다.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 까닭이다. 오씨는 “과거에는 대용량 제품은 짐이 되기도 하고 향이나 맛에 질려서 결국 다 못 쓰고 바꾸는 경우도 많아 구매를 꺼렸는데, 워낙 물가가 치솟으니 어차피 필요한 용품이라면 대용량을 사서 두고두고 쓴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보관해두고 쓰는 ‘벌크업 쇼핑’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지(G)마켓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대용량 제품과 1+1 제품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12%와 16% 늘었다고 밝혔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의 대용량 구입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30대는 13%, 40대는 8%, 50대는 11%, 60대 이상은 16% 각각 늘었다. 지마켓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세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알뜰소비 해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제품 종류별로 보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가공식품이 63% 늘었다. 냉동식품이 3배 이상(228%) 큰 폭으로 증가했고, 라면도 2배 이상(161%) 늘었다. 식용유·오일(91%), 과자(39%) 등도 대용량 제품이 많이 나갔다. 신선식품 중에선 쌀이 41%, 김치가 227% 증가했다.
마트상품군도 대용량이 인기였다. 대표적으로 생수·탄산수(126%), 우유·두유(125%), 탄산·청량음료(51%) 등을 많이 찾았고, 필수 생필품인 생리대(39%)도 대량 묶음 상품이 인기였다. 고양이 간식(202%), 고양이 사료(25%), 강아지 사료(28%) 등 반려동물 용품도 많이 팔렸다.
1+1 제품도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남녀 의류 상품이 11% 증가했고, 받쳐 입기에 좋은 반팔티셔츠(75%), 긴팔티셔츠(67%)가 인기였다. 이 외에도 가공식품(76%), 커피·음료(129%) 등 식품군을 비롯해 화장품(11%), 바디케어(45%) 제품군도 1+1 형태로 많이 팔려나갔다.
지마켓 관계자는 “고물가와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어차피 쓸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사서 ‘쟁여두기’를 하는 방식이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등장했다”며 “식품·생필품·의류·반려동물용품 등 대부분의 제품군에서 대용량이나 1+1 제품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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