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타고, 센타백, 센타븐, 센타지, 센타톱 등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공동 할인판매 편의점 때문에 각 편의점 본사와 점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환호하며 본사의 제재에 반발하고 있다. 커뮤니티 갈무리
센타고, 센타백, 센타븐, 센타지, 센타톱….
최근 편의점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공동 할인판매 편의점’ 때문에 각 편의점 본사와 ‘계약 규정 잘 지키는’(미참여) 편의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점포에선 할인 대신 그만큼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현금 페이백’까지 성행해, 주류법 위반 논란까지 일고 있다. 미참여 점주들은 “처음 1~2곳으로 시작된 이러한 할인판매 편의점이 점차 늘면서 시장 질서가 교란되고, 가맹사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2일 편의점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공동 할인행사를 하고 나선 점주들 모임이 잇따라 생겨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센타○’이라는 이름이 붙은 편의점들은 ‘공동 할인행사를 벌이는 편의점주들의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시작은 2020년 ‘센타고’라는 이름으로 할인판매를 시작한 충남 서산의 한 이마트24 점주였다. 와인 할인판매로 전국에서 소비자가 모여들면서, 이와 비슷한 행사를 벌이는 점주들 모임인 ‘센타백’(이마트24)이 생겼다. 이어 센타븐(세븐일레븐), 센타지(지에스25), 센타톱(미니스톱) 등 올해 들어 잇따라 각 편의점별로 비슷한 모임이 결성돼, 전국에 공동 할인행사를 하는 편의점이 수십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와인·위스키 등 주류 제품 가격을 점포 자체적으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타 점포에 비해 싸게 판다. 매월 ‘이달의 할인’ 등의 이름으로 사전에 행사를 공지하는데,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다른 점포보다 20~50%까지 싼 가격에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가뜩이나 미참여 점주들 사이에 주목의 대상이 됐던 이런 주류 할인판매 편의점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일부 ‘센타○’점주들이 ‘현금 페이백’까지 하고 나선 탓이다. 예를 들어, 다른 점포에서 ‘정가 5만원’에 판매되는 와인을 센타븐에서 구매할 경우, 현금 2만원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3만원에 파는 식이다.
한 세븐일레븐 점주는 <한겨레>에 “일부 점포가 비정상적인 할인 영업을 하면서 주변의 다른 점포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주류할인점을 차리든가 해야지 ‘세븐일레븐’이라는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고 이런 방식의 출혈경쟁을 하는 것이 말이 되냐. 점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할인판매 행위는 국세청 고시와 가맹계약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국세청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를 보면, “주류 거래와 관련해 장려금, 할인, 외상 매출금, 또는 수수료 경감 등 그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금품(대여금 제외) 또는 주류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위반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각 편의점 본사도 최근 사태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점주들이 본사에 불만을 호소해와 사태를 인지한 지 1~2주 정도 됐는데, 비정상적인 할인판매를 진행하는 점포에 적극적인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주류고시 위반은 물론 가맹계약 위반이라는 점을 고지하고 설득에 나서 17개에 이르렀던 관련 점포가 현재 10개로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관계자는 “점주들이 자기 주머니를 털어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고물가 속 박리다매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시장 질서를 교란해 다른 점주들은 물론 편의점 본사에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구두·서면 경고가 통하지 않으면 물품 공급 중단이나 가맹계약 해지 등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본사의 제재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에는 ‘오늘 센타븐 ○○점에 원정을 다녀왔다’ ‘센타백 3월의 할인행사 안내문 공유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온다. 한 회원은 <한겨레>에 “와인에 관심이 많은 편의점주가 자기 주머니를 털어 싼값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점포의 피해를 강조하는데, 센타○이 사라진다고 다른 점주들의 매출이 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