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 케이팝 팬들의 절반 이상은 음반에 포함된 굿즈 때문에 음반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 코리아
케이팝(K-POP) 팬 ㄱ씨는 2020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음반 45장을 구매하고 69만7500원을 결제했다. 음반 구성품에 랜덤으로 각 멤버 사진이 들어있는데, 이것을 종류별로 모으기 위해서였다. ㄱ씨는 “하지만 막상 음반을 개봉하니 1개 음반에 포함된 사진 15장 중 10장이 동일한 사진이었다”며 “기획사의 기만이라고 생각해 소비자원에 신고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스트리밍이 일반화됐음에도 케이팝 음반 판매량은 되레 늘고 있는 이유가, 팬 절반 이상이 굿즈 수집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케이팝 팬덤 활동 소비자의 52.7%는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고, 시디(CD)로 음악감상을 하는 소비자는 5.6%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7일 발표했다.
유료 케이팝 팬덤 활동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중복응답 포함)한 결과, 음반(78.9%), 포토카드(55.6%), 응원도구(43.4%) 등의 상품을 연평균 4.7회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구매금액은 ‘5만원 초과~10만원 이하’가 27.6%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 이상’ 지출했다는 응답도 2.8%에 달했다.
음반을 구매하는 이유(중복응답)로는 음반수집(75.9%)이 가장 많았지만, 굿즈 수집(52.7%), 이벤트 응모(25.4%) 때문이라고 응답한 소비자도 많았다.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해 음반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94명은 동일 음반을 평균 4.1장 구매했는데, 많게는 같은 음반을 90장이나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이벤트 응모를 목적으로 한 소비자 102명은 평균 6.7장을 구매했고, 최대 80장까지 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감상 방법을 묻는 질문엔 83.8%가 음원·동영상 스트리밍이라고 답했고, 시디를 이용한다는 소비자는 5.7%에 그쳤다. 과도한 양의 음반 구매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67.8%에 달했다.
소비자원이 음반과 연계한 팬덤 마케팅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판매량이 높은 음반 50종을 확인한 결과, 음반은 포토북, 케이스 등 세부 사양에 따라 128가지로 발매됐고, 한 음반당 세부 사양은 평균 2.6가지였다. 대표적인 팬덤상품인 포토카드는 96.9%가 랜덤으로 포함돼 있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장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가 있는 음반의 경우엔 78종을 제공했는데, 한장의 음반에 랜덤으로 6종이 들어있어 모든 종류의 카드를 수집하려면 13장을 구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포토카드 등 굿즈가 부가상품이 아니라 음반을 구매하는 주요 목적임에도 조사 대상 음반의 온라인 구매 상세 설명서에는 굿즈의 종류·수량 정보만 있을 뿐, 상품 이미지 등 상세 정보는 없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조사 대상 중 11장(22%)만 시디가 없는 디지털 음반 사양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굿즈 수집을 위해 불필요한 시디를 다량 구매 후 폐기하는 행위를 없애려면 디지털 형태 음반 발매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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