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게티 이미지 뱅크
“뼈다귀감자탕에 감자를 안 넣을 수도 없고…. 감자 20㎏ 한 상자에 10만원을 훌쩍 넘어요. 감자를 덜 넣으면 푸짐한 느낌이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감자탕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껍질을 깔 때, 조금이라도 얇게 벗겨서 낭비되는 양이 없도록 공을 들여 신경을 쓴다니까요. 아무래도 좀 더 싼 곳을 찾아 거래처를 바꿔야 하나 싶어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12년째 뼈다귀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아무개씨는 최근 부쩍 오른 감자 가격에 속이 탄다. 시설에서 재배하는 햇감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이라 가격이 비싼 때라고는 하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것이 김씨의 하소연이다.
햇감자 출하를 앞둔 틈을 타 ‘값이 싸고 영양가가 높은 먹거리의 대명사’로 꼽히는 감자 가격이 폭등해, 자영업자는 물론 일반 가정도 울상을 짓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 정보를 보면, 지난 14일 기준 감자 도매가격(20㎏)이 평균 6만2920원으로, 지난달 4만8400원에 견줘 30% 올랐다. 1년 전 5만3324원과 비교해도 18%나 비싼 가격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폭등한 감자 가격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30대 주부 전아무개씨는 최근 남편이 마트에서 장을 봐온 영수증을 살피다 깜짝 놀랐다. 감자가 두 알에 3800원이었기 때문이다. 전씨는 “아이에게 간단히 감자볶음을 해주기 위해 마트에 가는 남편에게 사다달라고 부탁을 했다. 고작 두 알 사 왔길래 잔소리를 했는데, 가격을 보고 황당했다. 이건 감자가 아니라 ‘금자’가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감자 가격이 이렇게 뛴 것은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저장 감자의 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주요 채소류 수급 동향 및 전망’을 보면, 지난해 노지 봄감자와 고랭지감자 생산량이 전·평년에 견줘 각각 14.1%, 14.6% 감소하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농식품부 쪽은 올해 감자 재배면적이 소폭 늘어 4월 중순 이후로는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설 봄감자는 재배면적이 전년과 평년 대비 2.2%, 1.8% 각각 증가했고, 봄 노지 감자 역시 5월 중순부터 수확이 시작될 것”이라며 “정부 역시 저장감자 부족에 대응해 비축감자를 하루 60~100톤 규모로 도매시장에 공급하고 있어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자뿐 아니라 양파와 당근 등 다른 야채류도 계속해서 가격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기준으로 양파(15㎏) 평균가격은 2만5520원으로 지난달(2만6828원)보다 소폭 내렸지만, 평년(1만3403원)에 견줘서는 아직도 2배 이상 비싸다. 당근(20㎏) 역시 평균 5만7860원으로, 지난해 3만4252원보다 70%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적상추는 다시 가격이 치솟아 4㎏당 1만9040원으로, 지난달(1만7460원)과 지난해(1만5404원)보다 각각 9%, 23.6% 비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관 기간도 긴 냉동야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 집계를 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사이 냉동채소 매출이 22.4% 증가하며 전체 채소 매출 신장률(2.4%)을 크게 웃돌았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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