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닷컴 관련 소비자 불만 접수가 급증하고 있다. 키위닷컴 누리집 갈무리
#ㄱ씨는 지난달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연결된 키위닷컴에서 서울~괌 왕복 항공권 2매를 사고 약 196만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다음날 개인 사정으로 결제 취소를 요구하자, 키위닷컴 쪽은 자사 사이트에서 사용 가능한 크레디트(적립금)로 10유로만 지급했다. ㄱ씨가 항의하자 키위닷컴 쪽은 “상품 판매 페이지 내용 및 약관에 사전 안내한 내용으로, 취소 시 10유로 지급에 동의했으므로 항공사 환불 규정과 별개로 추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ㄴ씨는 지난해 10월 키위닷컴에서 다음 해 6월 일정인 인천~치앙마이 왕복 항공권 2매를 사고, 약 105만원을 결제했다. 올해 3월 갑자기 키위닷컴 쪽에서 일정 변경을 이유로 “대체 편을 받으려면 70만원을 추가 결제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ㄴ씨는 “계약 취소를 할 경우, 즉시 지급되는 100달러 상당의 자사 크레디트를 주거나 3개월 이상 소요되는 항공사 환불 대리 접수를 해주겠다는데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소비자원은 25일 최근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인 키위닷컴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키위닷컴과 관련한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은 지난해 1월~올해 3월까지 총 187건이 접수됐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접수된 상담은 모두 95건으로, 이 가운데 89건(93.8%)은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였다. 키위닷컴은 판매 페이지에 ‘자발적 취소 시 환불 불가’라는 조건을 표기하고, 이용 약관에는 ‘이런 경우 10유로만 적립금으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 결제대금의 권리는 키위닷컴이 갖게 된다.
자료: 한국소비자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약관에는 ‘소비자가 직접 항공사에 취소·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 항공사는 구매처를 거쳐 취소·환불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 취소를 통한 해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이미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약관 개선을 권고했지만, 키위닷컴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문제가 빈발하자 지난해 아메리칸항공 등 4개 항공사는 키위닷컴에서 자사 항공권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상품 판매 페이지와 이용 약관 등에 환불 불가 조건이 고지돼 있다면, 취소·환불 관련 분쟁 시 카드사의 ‘차지백’(거래 취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불가피하게 계약을 취소해야 한다면, 항공사에 먼저 환불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원만한 해결이 어려울 경우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상담을 신청하라”고 조언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