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돌아오는 5월 황금연휴에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가는 20대 후반 직장인 이새미씨는 지난 27일 미리 환전하려고 환율을 알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1월 1차 환전을 할 땐 100엔당 940원대였던 엔화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해 연말부터 엔저현상이 펼쳐진 상황이라 환율이 더 내리길 기대하며 우선 40만원만 환전을 해놨었다”며 “여행기간이 일본도 ‘골든위크’라서 각종 비용이 비쌀 때인데, 환율마저 치솟으니 앉아서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크게 밑도는 ‘엔저 현상’이 계속되던 올해 초 일본여행을 예약했던 여행소비자들이 4월 들어 원-엔 환율이 치솟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2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940원대를 오가던 원-엔 환율은 지난 6일 1001.34원을, 27일 또다시 1001.61원으로 1000원을 넘어섰다. 원-엔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원-엔 환율은 30일 현재 100엔당 985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28일 일본은행이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0%대로 유도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원화가 무역수지 악화 등으로 더 약세를 보여 원화 대비 엔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원-엔 환율이 널을 뛰면서 일본여행을 앞다퉈 예약했던 여행소비자들은 환율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월 교토 여행을 예약했다는 30대 직장인 연아무개씨는 <한겨레>에 “27일 원-엔 환율이 1000원을 넘어 놀랐는데, 28일부터 다시 1000원을 밑돌고 있어 환전하지 말고 좀 더 기다려봐야 하나 싶다”며 “여행 카페에는 매일매일 엔화 환율을 체크해 싸졌을 때 은행 앱 등을 통해 조금씩 환전을 하라는 조언이 올라오더라”고 말했다.
원-엔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장롱 속에 묵혔던 엔화를 중고마켓에서 거래하는 움직임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당근마켓·중고나라 등에는 ‘당일 네이버 환율 기준으로 엔화를 판매·구매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은행에서는 제값을 쳐주지 않는 엔화 동전을 구한다’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중고마켓에 엔화 판매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출장 갈 일이 많아 엔화를 비교적 많이 갖고 있는데, 한동안 원-엔 환율이 떨어져 보관만 했다”며 “100엔당 1000원을 넘었던 27일부터 조금씩 나눠 팔고 있다”고 말했다.
‘짠물 소비’를 하는 여행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가지만, 엔화 환율이 1000원선을 넘어서더라도 일본여행의 인기가 이른 시일 안에 식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상회복 이후 이미 판매된 일본여행 상품이 많은데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불붙은 보복여행 열기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에 집중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인터파크에서 올해 1월1일~4월7일까지 3개월여간 예약이 이뤄진 5월 출발 해외여행 패키지상품 예약 인원은 전년 동기에 견줘 3000%(31배)가 폭증했는데, 이 가운데 1위는 베트남(28%), 2위는 일본(12%)이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아직은 원거리보단 동남아와 일본 등 근거리 여행지에 대한 선호가 집중되고 있고, 이런 흐름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어린이날·어버이날을 겨냥해 관광·온천·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오사카+교토+나라+온천호텔’ 패키지상품이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