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이 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로 지정됐다면서 몇 달 전 예약한 숙소 비용을 18만원 더 내라는데, 이게 정당한 요구인가요?”
지난 3월 초,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부산의 한 숙소를 예약한 임아무개씨는 최근 업체 쪽의 연락을 받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5월 29일이 대체공휴일이 됐으니, 휴일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예약 당시엔 평일 요금이 적용돼 저렴했던 까닭에 가족들끼리 이날 휴가까지 내기로 하고 예약한 것”이라며 “예약 페이지를 살펴봐도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 휴일 요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없어 따졌더니 ‘취소하면 환불해주겠다’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일 석가탄신일을 대체공휴일로 적용하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확정함에 따라 일부 숙박·캠핑 업체들이 해당 일에 ‘추가 요금’을 적용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은 “날짜가 임박한 상태에서 예약한 것도 아니고 수개월 전에 이미 예약을 했음에도 갑작스럽게 요금을 더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혁신처가 지난 3월 석가탄신일을 대체공휴일 대상으로 확정했지만, 지난 2일에야 국무회의 의결이 이뤄지면서 일부에서 이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입법예고 뒤 바로 적용되지 않고, 국무회의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던 탓이다.
두 달 전, 오는 28~29일 경기도에 있는 한 오토캠핑장을 예약했던 김아무개씨 역시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 캠핑장 쪽에서 ‘29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됐으니 추가 요금을 내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씨는 “예약 당시 안내받지 못한 사항이라고 따지자, 뒤늦게 안내 페이지에 슬쩍 ‘임시공휴일·대체공휴일은 휴일 요금 적용’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더라”며 “이제 와서 다른 장소를 알아보기도 어려워 추가 비용을 내긴 했지만 납득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들은 부당함을 호소하지만, 업체 쪽에선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예약 전 미리 고지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체공휴일이 뒤늦게 확정됐다고 해도 회사원들이 그날 일을 하면 휴일수당을 받지 않냐”며 “왜 업체들이 법적으로 지정된 대체공휴일에 휴일 요금을 받겠다는 것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다른 고객들은 상황을 설명하자 모두 추가 요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약관에 명시적으로 ‘대체공휴일엔 휴일 요금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면 비용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그러한 규정이 없는데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를 했다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계약금 환급은 물론 총 요금의 10~50% 까지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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