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 휘센 듀얼 인버터 제습기. 엘지전자 제공
서울 관악구에 사는 40대 주부 송아무개씨는 지난 2021년 엘지(LG) 휘센 제습기를 구매해 사용하다 낭패를 봤다. 3년도 안 쓴 엘지 휘센 제습기 물통이 3번이나 파손돼 물통을 따로 구매해야 했기 때문이다. 송씨는 <한겨레>에 “처음 제습기에서 물이 샜을 땐 내 잘못으로 충격이 갔나 싶어 무심히 넘어갔다. 하지만 이후 주의를 기울여 사용했음에도 두 번이나 더 물통에 금이 가면서 물이 샜다”며 “최근엔 마루가 물바다가 되는 일을 겪어 화가 나서 서비스센터 기사님을 불렀는데, 기사님조차 ‘물통 파손 이슈가 많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엘지 휘센 제습기가 잦은 물통 파손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리한 충격 없이도 물통에 금이 가는 데다, 물통만 따로 구매하려니 값이 비싸고 품절이 잦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엘지전자는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뭉개다가 지난해 8월 슬그머니 물통 재질을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엘지 휘센 제습기 물통의 파손이 잦다는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커뮤니티 갈무리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엘지 휘센 제습기는 생산연월일과 관계없이 물통 파손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씨처럼 물통 파손을 경험한 사례들이 각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이 확인된다.
엘지 휘센 제습기를 구매한 또 다른 소비자 조아무개(33)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조씨는 “물통이 파손돼 구매하려고 하니 엘지전자 공식 누리집에는 배송비까지 4만원 정도인데 품절이 잦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니 구매 가격이 6만원이 넘더라”며 “물통이 깨져 집안이 물바다가 된 것도 모라자 플라스틱 재질에 불과한 물통을 6만원이나 주고 사려니 돈이 아깝다”고 말했다.
엘지 휘센 제습기 물통의 파손이 잦다는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블로그 갈무리
엘지전자도 공식 누리집에 ‘물통파손’에 관한 안내를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올라온 안내글을 보면 ‘제습기에 물이 있는 상태로 이동하거나 제습기 외부의 충격 및 물통의 깨짐, 미세한 크랙 등으로 인해 물이 새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만약 물통에서 물이 샌다면 엘지전자 서비스센터 또는 엘지전자 홈페이지 소모품 샵에서 구입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한마디로 물통은 소모품인 탓에 파손이 돼도 개인이 따로 구매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엘지 휘센 제습기 물통의 파손이 잦다는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커뮤니티 갈무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제습기를 두 대 쓰는데, 구매한 지 10년이 넘은 다른 회사 제품은 단 한번도 물통 파손이 없었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댓글이 120개가 넘게 달렸다.
이에 대해 엘지전자 관계자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생산된 제습기 물통을 특정 성분이 함유된 세제로 세척할 경우, 화학반응으로 인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물통 재질을 변경해 이후 생산 제품에서는 관련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균열 발생으로 서비스 접수된 물통은 전량 무상 교체해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