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판매점주 ㄱ씨는 창고에 쌓여있는 지난해 가을·겨울 재고 상품을 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상품 발주 전 본사가 사이즈 변경에 대해 안내를 잘못 하는 바람에 팔지 못한 수천만원어치가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다. ㄱ씨는 “실제로는 사이즈가 크게 변경됐음에도 본사가 작게 변경된다고 정반대로 안내를 한 탓”이라며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점주협의회를 통해 수차례 본사에 반품·환불을 요구했지만 시간만 끌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점주들에게
‘무더기 가맹 계약 종료’를 통보해 논란을 빚었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이번엔 본사의 잘못된 안내로 발생한 재고를 반품·환불해주지 않아 ‘갑질’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점주들은 “본사 실수가 명백함에도 손실을 점주들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한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해 가을(Q3)과 겨울(Q4) ‘오리지날스 제품 사이즈 변경(뉴 사이즈)’ 가이드를 점주들에게 정반대로 안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설명하자면 “남성 표준 사이즈인 100사이즈가 가을·겨울 시즌에 더 작게 변경돼 출시되니 100사이즈를 원할 경우, 110사이즈로 주문하라”는 식으로 점주들에게 알린 것이다. 하지만 제품 사이즈는 본사 안내와 반대로 기존보다 더 크게 변경돼 출시됐다.
또 다른 점주 ㄴ씨는 “남성 100사이즈가 많이 팔리는 매장이라 본사 안내를 믿고 (이전보다) 작게 (제품이) 출시될 것을 고려해 110사이즈를 대량 발주했는데, 실제로는 (110사이즈가) 120사이즈보다 커서 도저히 판매가 불가능했다. 이런 품목들은 고스란히 재고로 쌓였다”고 말했다.
본사의 잘못된 안내로 가을·겨울 상품의 상당수가 재고가 쌓이자 ‘아디다스 전국 점주협의회’는 지난해 12월30일부터 수차례 본사에 공문을 보내 “가을·겨울 상품 재고에 대한 반품·환불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본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지난 6월5일 점주협의회가 “충분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답이 없는 것은 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본사의 갑질 사례에 추가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하자 그달 말쯤 “가을(Q3) 상품에 대해서만 반품·환불을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본사는 약속한 가을 상품 후속 처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전남북지역 4개 매장에서만 재고가 4억원(소비자 판매가 기준)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수십억원의 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100% 본사 귀책 사유로 발생한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시간만 끄는 것은 ‘갑질’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디다스코리아 쪽은 가을 제품 반품·환불 일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겨울 제품 환불 불가 방침을 언급한 적이 없으며, 후속 조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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