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틈새 시간대’를 잡아라!
각종 할인 경쟁과 배달비 인하책을 내세우며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배달앱 업계가 주문 고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틈새 시간까지 공략하고 나섰다. 조금이라도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19일 배달앱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시장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배민)은 최근 “오는 24일부터 서울과 성남·수원·용인 등 일부 경인지역에서 배민1 운영시간을 확대한다”고 공지했다. 기존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였으나, 24일부터는 오전 8시부터 새벽 3시까지로 아침·새벽에 2시간 늘어난다.
배민 관계자는 “이른 시간대 아침 식사를 주문하는 얼리버드 고객과 새벽 시간대 야식을 주문하는 올빼미 고객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 식생활이 다양해진 만큼, 배달 영업시간을 확대해 입점 점주와 라이더의 수익 확보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배민의 영업시간 확대를 쿠팡이츠의 새벽 시간 배달 시장 선점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12일부터 기존 새벽 배달을 하던 서울 지역에 더해 성남·하남시 등에서도 영업시간을 오전 6시로 앞당겼다. 19일부터는 경기 고양·부천·안양시, 이달 6일부터는 인천 계양·남동·미추홀, 이달 12일부터는 경기 광명·용인·수지·기흥 등에서도 새벽 6시로 배달 시작 시각을 조정했다.
이러한 쿠팡이츠의 움직임에 배민도 견제에 나선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9~10월에 걸쳐 운영 시간을 앞당기며 아침 시간대 선점에 나서니 배민도 오전과 새벽 틈새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배달의민족이 최근 운영시간 확대를 공지했다. 배민 공지사항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배달앱 업계에서는 점심 피크타임, 저녁 피크타임, 야식 피크타임을 가장 고객이 몰리는 시간으로 본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새벽은 수요가 적은 데다 배달을 할 ‘라이더’ 확보도 어려워 수익성이 떨어지는 탓에 지금까지는 역량을 쏟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배달앱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출혈경쟁이 다시 격화하면서 이른 아침과 새벽 등 틈새시장까지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만년 3위였던 쿠팡이츠는 올해 상반기 쿠팡 와우회원들에게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와우할인’을 꺼내 들면서 상위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실제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통계를 보면, 지난달 쿠팡이츠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425만6461명으로 전월 대비 4.6% 늘었다. 반면 배민은 1954만4544명으로 전월 대비 3.1% 줄었다. 요기요 역시 587만8642명으로 12.3%나 줄었다. 만년 3위였던 쿠팡이츠의 선전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주로 수도권 배달에 집중했던 쿠팡이츠는 와우할인 첫 도입 뒤 대전·대구·광주·부산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가 2위를 유지했던 것은 쿠팡이츠가 주로 수도권 서비스에 집중했던 탓이었는데, 와우할인이 단시간 내 전국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거의 따라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른 아침과 새벽을 공략하는 배달업계의 전략이 라이더들의 호응을 얻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배민은 영업시간 확대에 따른 라이더 추가 인센티브 등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경력 5년 차 한 라이더는 “이른 아침, 늦은 새벽 시간대 주문이 얼마나 늘지 알 수 없지만, 라이더 입장에서는 피크타임이나 날씨가 궂은 날처럼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면 배달 시간을 늘릴 이유가 별로 없을 듯 싶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