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윤아무개(30)씨는 최근 네이버쇼핑 라이브 방송에서 ‘도착보장’ 상품으로 표시된 주방용품을 결제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상품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5분 만에 결제 취소를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윤씨는 “취소요청을 한 지 3시간쯤 지나 판매자가 네이버 톡톡으로 연락을 해 와 ‘배송이 시작됐으며, 도착보장 상품은 취소가 불가능하니 받은 뒤에 반품·환불을 신청하라’고 하더라”며 “상품출고·배송시작 전에 취소했음에도 결국 왕복 택배비를 물고 반품·환불을 하는 수고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내세우며 운영하고 있는 ‘도착보장’ 쇼핑 서비스가 결제 버튼을 누른 후에는 취소가 불가능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도착보장은 네이버가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처음 도입한 서비스로, 구매자에게 정확한 도착일을 보장하고 도착이 늦을 경우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보상을 한다.
4일 네이버쇼핑 소비자들과 소비자단체의 말을 종합하면, 네이버도착보장 상품을 구매할 때 결제 뒤 취소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지마켓·옥션 등 대부분 온라인쇼핑의 경우엔 상품이 출고돼 배송을 시작하기 전인 ‘주문접수’ 단계에서는 취소가 가능하다.
네이버도착보장 ‘취소 요청’에 관한 답변. 네이버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네이버 이용자 조아무개(33)씨 역시 “네이버 스토어에서 샴푸를 구매했다가 10분도 채 안 돼 결제 취소를 요청했지만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배송은 결제 뒤 1시간50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고 말했다.
도착보장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윤씨는 “라이브 방송에서 ‘결제 후 취소 불가’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조씨도 “제품 상세 페이지를 꼼꼼히 읽어보니 ‘구매 후 취소 불가’라고 써 있던데 미리 알기 어려웠다”고 했다.
도착보장을 둘러싸고 비슷한 경험을 한 소비자는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에도 경험담이 잇따른다. 한 누리꾼은 “억울한 마음에 네이버 분쟁조정을 신청해 배송비 부과 취소 결정을 받았다”고 적었다. 네이버가 적극 항의·대응에 나서는 소비자에겐 문제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비자단체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일반적으로 주문을 하고 난 뒤 2~3시간 뒤에 (네이버 톡톡으로) 배송시작을 알리는 만큼, 주문 후 1시간 이내엔 상품 취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또한 구매 전 ‘취소 불가’ 안내를 강화해 최소한 소비자가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여러 물류사와 협업을 하다 보니 상품을 포장하기 전에 들어오는 주문취소 요청에 즉각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다만, 지난 7월부터는 7개 거래 물류회사 중 씨제이대한통운, 파스토, 테크타카 등 3곳은 기술개발을 통해 자동으로 주문취소를 적용하는 프로세스가 적용되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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