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바나자와의 긴잔 온천 마을에 눈이 내린 모습. 게티이미지
직장인 전아무개(39)씨는 이달 말 나흘 일정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3년 동안 국외여행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행을 택한 것은 ‘기록적인 엔화 약세(엔저)’ 영향이 크다. “2012년, 2016년 일본 여행을 갔는데, 그때 원-엔 환율이 각각 1300원대, 1000원대였어요. 지금은 800원 후반대이니, ‘안가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장 동료, 친구 등 주변 많은 이들도 올해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올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일본정부관광국의 ‘방일외객수’(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 자료를 보면, 올해 1~10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모두 552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한국인 방문객(513만명)을 40만명(7.68%)가량 웃돌았다.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11월과 ‘연말 휴가족’이 몰리는 12월 수치까지 더해지면, 올해 전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700만명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최고치는 2018년의 753만명이다. 2013년 245만명이던 방일 한국인 관광객은 2015년 400만명을 넘어선 뒤, 증가세를 이어왔다. 다만, 2017~2018년 700만명을 넘던 한국인 관광객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무역분쟁으로 558만명으로 내려앉은 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1만8947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올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해법을 둘러싼 이슈가 불거진 상황인데도, 일본 여행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심리가 정치적 동향보다는 보상소비 욕구와 비용(환율)에 좌우되는 모습이다.
그늘도 있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숙박비, 식비, 교통비 등 여행지 물가가 최근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철도회사인 제이알(JR)그룹이 지난 10월 외국인 전용 철도 자유이용권(JR패스) 가격을 50~77%가량 올린 게 대표적이다.
한편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이들은 일본인으로 집계됐다. 한국관광공사의 외래관광객 통계를 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일본인 관광객은 184만2천명으로 중국인(154만4천명)을 제치고 방한 관광객 1위에 올랐다. 앞서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 방한 관광객 1위는 중국인(602만3021명)이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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