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야경 모습.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 연 매출 3조원을 넘는 백화점은 영국 해러즈 런던, 일본 이세탄 신주쿠점 등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산술적으로 보면, 연 매출 3조원은 백화점 하루 영업시간인 10시간을 기준으로 1초에 23만원씩 판매를 해야 가능한 수치다. 올해 강남점의 영업면적 3.3㎡당 매출은 1억800만원에 이른다. 강남점은 지난 2000년 개점 이후 10년 만에 당시로써는 최단기간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19년엔 국내 최초로 2조원을 넘었다. 올해 4년 만에 다시 3조원의 벽을 뛰어넘은 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소비 한파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탄탄한 우수고객층(VIP·브이아이피)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왔고, 2030세대와 외국인 고객까지 공략한 끝에 3조원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백화점 우수고객의 최저 기준(블랙 등급)은 연 12회·누적 800만원 이상이다.
실제 올해 강남점 구매 고객 두 명 가운데 한 명(49.9%)은 브이아이피일 정도로 다른 매장 평균(35.5%)보다 월등히 높았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럭셔리 고가 브랜드 매장을 대거 갖추는 등 상품 기획역량이 뒷받침된 까닭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끝난 뒤 가전·가구 매출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도 고소득 가구가 밀집한 지역적 특성 덕에 강남점만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연령상으로 2030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도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강남점 구매 고객을 연령별로 보면, 30대 이하는 40%, 20대는 10%로 매출 절반이 2030세대에게서 나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스트리트 패션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들여왔으며, 뉴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시작으로 이른바 ‘엠제트 브랜드’ 중심으로 새로 단장해 영패션 수요를 끌어오는 데 주력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종료 이후 늘어난 외국인 매출을 늘리는 데도 주효했다.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재편된 여행 트렌드와 맞물려 올해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587% 증가했다.
지하에는 지하철 3·7·9호선이 맞물리고 지상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이 붙어있는 백화점 입지도 단순히 서울 지역 고객뿐 아니라 지방 고객 수요까지 흡수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서울 외 지역에서 신세계 강남점을 찾은 고객이 전체 매출의 50.3%에 달해 ‘전국구 백화점’으로 자리를 굳혔다.
신세계백화점의 다양한 시도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우선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식품관을 국내 최대인 1만9800㎡(약 6천평) 규모로 새로 단장한다. 여기엔 ‘식품 장르별 전문관’도 들어선다. 예를 들어 국내 최고 디저트만 선보이는 ‘스위트 파크’, 위스키·샴페인 모노샵 등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백화점으로, 쇼핑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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