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메일
휴대전화 소액결제 내역을 확인하시나요?
케이티에프 고객인 최아무개(36·여)씨 부부는 요 며칠 두통을 앓았습니다. 누군가 이들 부부 휴대전화로 23만원의 소액결제를 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30만원이 소액결제로 빠져나가 애를 먹었습니다. 이후 소액결제를 사실상 차단해뒀는데, 이번에는 누군가 차단을 풀고 게임머니와 게임아이템을 결제했습니다.
최씨 부부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불법 복제한 ‘쌍둥이폰’이 존재한다고 의심합니다. 소액결제를 하려면 결제요청 뒤 문자메시지로 날아온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쌍둥이폰’으로 인증번호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전문가들은 “복제 전화와 원래 전화가 동일 기지국 안에 있으면 문자가 동시 수신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복제폰에 날아가는 일이 많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차단까지 걸어뒀는데 왜? 최씨는 기막힌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동통신사는 “주민번호 뒷자리와 주소 정보만 있으면 전화상으로 결제 차단을 풀거나 결제 한도를 높이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복제폰이 난무하고 수백만명의 개인정보가 헐값에 거래되는 현실에서 불법 결제의 방어벽은 너무나 허술한 셈입니다.
게다가 피해를 해결하는 과정도 가시밭길입니다.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업체는 서로 책임을 돌립니다. 반복된 피해인데도 양쪽 다 정해진 규정대로 했다는 안이한 대답뿐입니다. 오히려 가입자의 지인이 휴대전화로 몰래 결제할 가능성을 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손가락 아프게 전화하고, 하소연하고 핏대를 세우고…. 이쯤이면 뭐하는 짓인가 싶습니다.
이런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휴대전화 금융거래 확산을 어렵게 한다는 업계의 불만 때문에 지지부진한 무선 공인인증 서비스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정보통신부와 관련 업계가 연말 시한을 목표로 다시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네요. 그때까지는 소액결제 내역을 ‘꼭’ 한번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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