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전력 1.5KW 미만…정전사고 잇달아
에어컨 하나의 소비전력인 1.5kW에도 못미치는 전력사용량을 할당받은 가구수가 92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대규모 정전사고가 거의 하루에 한번씩 발생하고 있다.
11일 한전의 자료를 보면, 소비전력 1.5kW 미만의 변압기 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가 2004년 12월 현재 92만가구에 이른다. 1.5kW는 절전형 에어컨 한대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소비전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런 가구는 사실상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 가운데 1kW 미만의 가구도 33만 가구에 이르고 있으며, 2kW 미만 가구는 전체적으로 188만 가구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변압기 용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파트 건설 때 시공업체가 비용절감을 위해 전기협회가 마련한 최소 전기설비기준(1.5kW)에 맞춰 변압기를 설치해왔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3kW를 기준으로 변압기를 거쳐 일률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나 아파트 단지의 경우에는 단지별로 고압의 전력을 공급한 뒤 자체 변압기를 통해 가구별로 전력을 공급한다”며 “아파트 시공업체가 어떤 변압기를 설치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공급하는 전력량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5건에 불과했던 7~8월 정전사고가 올해는 벌써 10건에 이르는 등 과부하로 인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500~1천 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대부분이어서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전사고는 변압기 용량 부족과 함께 변압기 노후화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전은 변압기 교체를 위해 2005년 6월부터 ‘아파트 수전변압기 교체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교체를 희망하는 아파트에 대해 변압기 용량(kW)당 1만6000원을 지급하고 있다”며 “올해 37억원예산이 잡혀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30만 가구 정도밖에 지원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2kW 미만인 150만 가구는 내년에도 정전사고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에너지시민연대 이기명 사무처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는 관리비가 적은 영세한 아파트의 경우에는 교체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원 방법이나 지원 금액을 세분화해 1kW 이하 용량을 배분받고 있는 아파트나 기초생활 수급자가 많은 대단위 임대아파트부터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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