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에 이어 지난 21일 발암성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까지 허용량을 넘게 검출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03년까지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는 다이옥신이 발견된 적이 없다. 하지만 2년 10개월 만에 수입이 재개된 뒤 들어온 두번째 물량에서 소량의 다이옥신이 나온 데 이어, 세번째 물량에서는 허용량인 5pg/g(pg=1조분의 1그램)을 초과하는 6.26pg/g의 다이옥신이 지난 21일 검출됐다.
농림부는 22일 “수입 위생조건에 따라 일단 해당 수출 작업장만 선적 중단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쪽의 역학조사에서 여러 작업장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료가 다이옥신에 오염된 것으로 나오면, 수입 금지 범위는 더 확대될 수 있다.
농림부는 미국이 지난 12일 요청한 쇠고기 검역 관련 기술협의가 열리게 되면, 다이옥신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기술협의가 연내는 어렵고 내년 1월쯤 열릴 것 같다”며 “미국 쪽에서 다이옥신 문제도 거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농림부는 21일 미국 쪽에 다이옥신 검출 사실을 통보하고 원인 규명을 요청했다. 미국 쪽도 다이옥신 검출 사실이 알려진 뒤 하룻만인 이날 농림부에 검사 방법과 절차, 시료 채취량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오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과 관련한 정부 부처간 견해 차이도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성진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은 이날 <한국방송> 1라디오의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작은 뼛조각 때문에 수입 물량 전부를 돌려보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 조처를 취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농림부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상길 축산국장은 “뼛조각의 허용 크기를 정하는 것은 살코기만을 수입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만큼, 현행 검역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뼛조각 쇠고기 반입 금지에 대한 무역 보복론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년에 상원 상무위원회 무역소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런 도건 의원(민주당)은 지난 19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새 의회가 소집되면 한국의 수입 제한 조처에 관한 청문회 개최는 물론 필요하면 보복 관세 입법도 추진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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