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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엔‘저’ 타고 일본행 밤도깨비 쇼핑관광 ‘고’

등록 2007-07-02 11:38수정 2007-07-02 13:37

엔저 영향으로 한국인들의 일본 쇼핑관광이 급증하고 있다.
엔저 영향으로 한국인들의 일본 쇼핑관광이 급증하고 있다.
[뉴스+α/ 도쿄 현장취재]백화점 전자상가 북적

곳곳 한글 안내문…고가 패션물 카메라 등 인기

원-엔 환율 3년간 33% 하락…“값 싸고 질 좋아”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새벽 1시 인천국제공항의 일본항공(JAL) 탑승 수속대 주변. 한국 여행객 300여명이 모여 있었다. 새벽 3시께 떠나는 일본항공 전세기를 타고 도쿄로 가는 관광객들이다. 주말을 이용해 도쿄에서 관광을 즐긴 뒤 월요일 새벽 귀국하는 이른바 ‘밤도깨비 여행’ 손님들이다.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 속도가 가파르다. 일본 국제관광진흥기구의 자료를 보면, 올해 4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19만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 최근 엔화 환율이 100엔당 750원선 아래로 내려가는 ‘초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른바 ‘엔저’ 일본 관광붐이다. 여기에 관광비자 면제와 주 5일 근무제, 일본 정부의 ‘비지트 재팬 캠페인’이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쪽으로 줄을 서 주십시오.’

지난달 23일 정오, 도쿄 신주쿠의 이세탄백화점 외국인 고객 서비스 카운터에는 일어·영어·중국어와 함께 한글로 쓰여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도 대기하고 있었고, 한글로 된 안내책자도 비치돼 있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쇼핑을 하려고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세탄백화점의 한국인 직원 송도영씨는 “한국인 고객이 예년에 비해 20% 정도 늘었다. 이세탄백화점에는 한국에 없는 브랜드들이 많아 다시 찾는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 외국인 매출의 40~60%를 한국인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신주쿠만이 아니다. 6월 넷째 주 주말 시부야, 하라주쿠, 아키하바라, 롯폰기, 오다이바 등 도쿄의 유명 관광지에선 한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엔저와 일본 방문 한국인 수 추이.
엔저와 일본 방문 한국인 수 추이.
구매력 커진 원화의 힘=일본 국제관광진흥기구의 통계를 보면, 올해 4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19만500명으로 지난해 4월의 16만2656명과 견줘 20% 이상 늘었다. 2005년 4월의 12만2084명과 비교하면 2년 새 갑절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주 5일 근무제 시행과 관광비자 면제로 관광 여건이 개선됐다. 여기에 엔화 약세로 여행 경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쇼핑의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한국인들을 일본으로 향하게 만든다. 일본 전문 여행사인 여행박사의 서주희 팀장은 “최근 엔화 약세로 도쿄 쇼핑 관광이 늘었다”고 말했다.

2003년 말부터 약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엔화 가치는 그 뒤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2003년 말 100엔당 1119.61원이던 원-엔 환율이 지난달 29일 748.70원까지 떨어지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 폭이 3년 반 동안 33%에 이른다. 그만큼 일본에서 원화의 구매력이 커진 것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주로 한국보다 일본에서 싸게 살 수 있는 고가의 패션용품, 게임기, 카메라, 화장품 등을 많이 구입한다. 신주쿠의 루이뷔통 매장 매니저 다나카 유지는 “지난해보다 한국인 고객이 늘었다. 평일엔 한국인 200여명이 방문하고 이 중 약 10%가 제품을 산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숫자는 더 많지만 한국인들은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인기 있는 것부터 물어본다”고 말했다. 도쿄에서 가이드 일을 하는 이장호(32)씨는 “‘일본 골프장을 방문한 한국인들이 일본 유명 골프웨어 브랜드인 먼싱웨어나 블랙 앤 화이트가 한국보다 30~40% 싸다며 많이 사 간다’는 말을 골프장 사장들한테서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는 외국 브랜드도 쇼핑 대상이다. 하라주쿠에 있는 미국 의류 브랜드인 갭(GAP) 매장 직원은 “한국에는 갭 매장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의류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도 일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시부야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진주에서 의류매장을 하고 있다. 도쿄는 처음 왔는데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빈티지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럭셔리걸2’의 정옥정 대표는 “신주쿠나 하라주쿠 로드숍으로 자주 간다. 쇼핑몰 운영자들이 일본에 가는 이유는 상품이 다양하기도 하고, 엔화가 떨어졌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새벽 전세기를 타고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3일 새벽 전세기를 타고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오다이바에 위치한 온천 테마파크 ‘오에도온센 모노가타리’의 한국인 직원인 신윤주 주임은 “2003년만 해도 하루 한국인 손님은 30명 미만이었다. 그러다 2005년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 성수기였던 7~8월에는 하루 300여명의 한국인들이 찾았다. 현재 대만·중국·러시아·미국인 등 방문 외국인 중에서 한국인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대접받는 한국인 관광객=일본을 찾는 한국인들이 증가하면서 한국 관광객에 대한 대접도 나아지고 있다. 하네다 공항을 비롯해 곳곳에서 한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롯폰기의 상업·문화 복합 고층빌딩인 롯폰기힐스와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 요도바시카메라 등에도 한글 안내서가 있다. 롯폰기힐스 안내센터의 한 직원은 “원래 한국어 안내서가 없었는데 올해부터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주쿠의 전자제품 매장인 사쿠라야는 4개월 전부터 한국인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도쿄 도청사 무료 전망대에 위치한 기념품 판매점 앞에는 ‘3단 우산, 내 가방에 쏘옥’이라는 한글이 쓰여 있다.

25일 새벽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문예린(25)씨는 “선물용 장난감을 샀는데 언뜻 계산해 보니 한국보다 쌌다. 의사소통이 불편했지만 일본인들은 매우 친절하고 거리는 깨끗했다. 오다이바는 다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광객 박아무개(32)씨는 “둘이서 회전초밥을 먹었는데 3천엔 정도 나왔다. 환산해 보니 2만원이 좀 넘는데 한국에서 이 정도 먹었으면 더 많이 나왔을 것이다. 교통비는 비쌌지만 스타벅스 원두커피는 일본이 한국보다 5천원 가량 싸다. 볼만한 곳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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