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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웬만하면 집에서… ‘컴백홈’ 소비 확산

등록 2008-12-15 15:06

가정용 드라이클리닝 세제·리폼상품 등 불티
주머니 가벼워지며 가정에서 다 해결하려해
성공중심 가치관이 ‘가족’으로 변화한 영향도
‘집에서 먹고 집에서 노는’ 소비 경향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선 ‘셀프족’이나 ‘신코쿤족’들을 겨냥한 상품들이 최근 인기다.

셀프족은 말 그대로 밖에서 돈을 들여 받았던 서비스나 소비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드라이크리닝을 맡겨야 하는 겨울철 옷이 많아지는 요즘, 집에서 드라이크리닝을 할 수 있는 세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한 사례다. 드라이크리닝 세제는 최근 현대홈쇼핑이 조사한 히트상품 7위에 올랐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 발표한 ‘2008 히트상품’ 1위에는 재봉틀, 신발 밑창 관리 제품 등 ‘리폼 관련 제품’이 차지했다. 지난해 이 항목은 히트상품 순위에 들지 못했다. 옥션은 리폼 상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나 는 것으로 집계했다.

옷이나 의류뿐만 아니라 피부관리도 마찬가지다. 회사원 이주희(26)씨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한 번 관리 받는 데 5만원 정도 드는 피부관리실을 찾았다. 하지만 성과급도, 직장도 불안해지면서 이씨는 ‘셀프 피부관리기’를 택했다. 10만원대면 얼굴 마사지나 피부 관리를 혼자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코쿤족은 집 안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말한다. 원래 코쿤족이란, 누에고치(코쿤) 안에 들어앉은 것처럼 사회와 단절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하는 이들을 가리켰다. 신코쿤족은 이보다 적극적으로 재택 활동을 즐기며 재충전하는 유형이다. 지마켓은 400여종의 잡지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주간 평균 3500건 가량 거래될 정도로 이용객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웃 일본에선 절약을 강조하는 이른바 ‘생활방위형’ 제품과 함께 ‘자택회귀형’ 소비가 늘었다. 심지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말 장난감 시장에서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올 연말 일본 시장에서 새로 선보여 인기를 끈 완구는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진짜 18가지 종류의 파스타를 만들 수 있는 ‘파스타파스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손바닥 크기의 초소형 가라오케 ‘하이카라’ 등이다. 최근 에르고 브레인즈가 ‘경기침체에 가장 먼저 무엇을 참겠는가’라고 물은 조사에서, 일본 국민들은 1위를 ‘외식’이라 대답했다. 국외여행, 브랜드 제품 구입이 뒤를 이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비디오 게임업체나 디브이디(DVD) 대여업체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8일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 소니 등 비디오 게임 3인방의 게임기 매출이 11월에도 급증했다고 전했다.

최근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사람들이 집에 틀어박히는 ‘홈바운드’ 경향 덕택에 비디오 게임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자동현금인출기처럼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설치돼 디브이디를 빌릴 수 있는 미국의 ‘무비부스’의 경우 최근 석 달간 판매대가 2배 이상 확대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은 미국 사람들이 비디오나 블로그, 온라인쇼핑에 보내는 시간이 각각 46%·20%·17%씩 늘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변화의 직접적 원인은 당장 얇아진 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한 사람들의 의식도 엿보인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아무개 차장은 결혼 10주년을 맞아 부부끼리 국외여행을 떠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아이들과 함께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그는 “한달에 한번 나가던 골프도 취소하는 등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며 “어려워질수록 가족의 소중함이랄까 그런 생각이 더 들더라”고 말했다.


일본의 조사기관 하쿠호도는 최근 “사람들이 가계나 경제에 대해서 뿐 아니라 경쟁이 격화되는 사회 속 아이덴티티나 연금 문제·기후온난화 문제처럼 미래에 일종의 ‘빚’을 지고 있는 현 사회에 대해 ‘불안’을 껴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한 칼럼니스트는 “돈이나 경제적 성공이라는 절대 가치관이 금융위기 앞에서 깨져가며, 가족이나 사람들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니치 방송>의 ‘정열대륙’이나 <티브이 도쿄>의 ‘솔로몬류’처럼 주로 유명인이나 성공한 이를 다루던 티브이 프로그램들이 도전하는 젊은이나 어부·농민 같은 보통 사람들을 비추게 된 것도 그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정연 김영희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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