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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홈쇼’ 뺨치는 홈쇼핑

등록 2009-09-16 14:27

씨제이오쇼핑에서 속옷 판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낸시랭(오른쪽).
씨제이오쇼핑에서 속옷 판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낸시랭(오른쪽).
유명인·토크쇼 활용 ‘쇼퍼테인먼트’ 추구
매출 급등에 GS·CJ·롯데 ‘제2의 도약기’




팝 아티스트 낸시 랭은 최근 ‘핀업걸’ 스타일로 자기 사진을 찍어 개인전을 열었다. 핀업걸은 전시 미군 부대를 장식했던 선정적 사진 속 여배우나 모델들을 말한다. 그는 전쟁터 같은 자본주의 세상 한쪽에 걸린 핀업걸이 되겠다고 했는데, 역시나 ‘낸시랭스러운’ 화제와 구설이 뒤따랐다.

지난 4일 씨제이오쇼핑에서는 낸시 랭이 자기 전시회를 소개한 뒤 사진 속 모습 그대로 등장했다. ‘폴리스’(police)라고 새겨진 짧은 제복에 새빨간 경찰 제모를 쓰고 그물 스타킹을 신은 그는 <낸시 랭의 더 시크릿>이란 속옷 판매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넉달 전부터 일요일 밤마다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중이다.

홈쇼핑이 달라졌다.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하염없이 바꾸는 ‘재핑’(zapping) 틈새를 낚아채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고정 편성 프로그램으로 시청자 눈길을 잡는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이른바 ‘쇼퍼테인먼트’ 채널로 변신 중이다.


쇼퍼테인먼트의 핵심 전략은 ‘보는 재미’와 ‘고정 편성’이다. 속옷, 주방용품, 패션 트렌드 상품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특정 시간대에 정기 편성하고, 진행자를 익숙한 방송인이나 유명인으로 캐스팅한다. 또 토크쇼나 주부들이 좋아하는 아침정보·요리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오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홈쇼핑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도록 하려는 시도다.

씨제이오쇼핑은 이런 트렌드를 일찌감치 주도해왔다. 낸시 랭 쇼는 ‘팝아트와 쇼핑’의 만남이란 화제성을 내세워, 주말 밤마다 안방 쇼핑객을 불러 모은다. 토요일 밤의 <스타일 온 에어> 역시 패션·화장품·액세서리 등 트렌디 상품만을 골라 소개하는 고정 프로그램이다. 최근 유행 정보를 알짜배기로 담는데, 연예인들이 패션 사업을 하는 사례가 잦아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더 풍부해졌다. 예컨대 ‘신상녀’란 별명을 가진 가수 서인영씨가 할리우드 브랜드를 들여올 때도 이 프로그램을 거치는 식이다. 이밖에도 왕영은·김승현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도 고정 편성으로 안착했다.

롯데홈쇼핑은 이달부터 생활정보 프로그램 <최유라의 쿡쇼>를 선보였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인기 디제이인 최유라씨가 진행하는 이 방송은 라디오에서 농익은 입담을 업고 수요일 오전 주부 시청자들을 끌어모은다. 진행자의 일상을 따라 쇼핑하고 살림비법들을 챙겨보는 형식인데, 라디오 시청자 사연을 소개하는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도 살짝 벤치마킹해서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지에스홈쇼핑 역시 토크쇼 형식의 <주부9단 똑소리 살림법>이란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고, 허수경·박소현씨 같은 방송인을 홈쇼핑 인기 진행자로 자리매김시켰다.

이런 변신은 실적으로도 이어져, 홈쇼핑의 두번째 도약을 뒷받침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이달 들어 <최유라의 쿡쇼>를 통해 판매한 컨벡스 오븐의 방송 분당 매출액이 470만원으로, 같은 오븐을 일반 홈쇼핑 방송으로 팔았을 때 매출액 23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씨제이오쇼핑 역시 <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를 통해 지난달 말 한샘 시스템 키친을 팔았을 때 한 시간에 17억원의 매출을 올려 일반 홈쇼핑 방송 실적인 1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고 밝혔다.


국내 홈쇼핑 업계는 1위인 지에스홈쇼핑이 연간 취급액 규모로 세계 3위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00년대 들어 성장이 주춤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티브이 보는 재미’를 적극 끌어들이고, 보험 같은 무형상품과 자동차·명품 판매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실적 향상에 날개를 달고 있다. 게다가 신종 플루 영향으로 안전한 안방 쇼핑이 뜨면서 표정 관리를 해야할 판이기도 하다.

씨제이오쇼핑은 올해 들어 1분기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지에스홈쇼핑과 롯데홈쇼핑도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등 순항 중이다.

<그녀들의 수다>라는 토크쇼 쇼핑 프로그램을 만드는 씨제이오쇼핑 김지애 피디는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들을 고정 편성하면서 시청률도 올라가고, 고객들이 반복해 물건을 사는 재구매율도 높아졌다”며 “천편일률 홈쇼핑 방송에서 벗어나 쇼퍼테인먼트로 차별화된 채널 이미지를 만들고 두번째 도약을 기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쇼퍼테인먼트

쇼핑(shopping)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상품 판촉을 위해 오락과 재미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홈쇼핑은 인기 방송인을 진행자로 끌어들이거나 예능 프로그램 형식을 도입해 ‘재미있는’ 쇼핑 방송을 지향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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