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제이오쇼핑에서 속옷 판매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낸시랭(오른쪽).
유명인·토크쇼 활용 ‘쇼퍼테인먼트’ 추구
매출 급등에 GS·CJ·롯데 ‘제2의 도약기’
매출 급등에 GS·CJ·롯데 ‘제2의 도약기’
팝 아티스트 낸시 랭은 최근 ‘핀업걸’ 스타일로 자기 사진을 찍어 개인전을 열었다. 핀업걸은 전시 미군 부대를 장식했던 선정적 사진 속 여배우나 모델들을 말한다. 그는 전쟁터 같은 자본주의 세상 한쪽에 걸린 핀업걸이 되겠다고 했는데, 역시나 ‘낸시랭스러운’ 화제와 구설이 뒤따랐다. 지난 4일 씨제이오쇼핑에서는 낸시 랭이 자기 전시회를 소개한 뒤 사진 속 모습 그대로 등장했다. ‘폴리스’(police)라고 새겨진 짧은 제복에 새빨간 경찰 제모를 쓰고 그물 스타킹을 신은 그는 <낸시 랭의 더 시크릿>이란 속옷 판매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넉달 전부터 일요일 밤마다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중이다. 홈쇼핑이 달라졌다.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을 하염없이 바꾸는 ‘재핑’(zapping) 틈새를 낚아채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고정 편성 프로그램으로 시청자 눈길을 잡는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이른바 ‘쇼퍼테인먼트’ 채널로 변신 중이다.
쇼퍼테인먼트의 핵심 전략은 ‘보는 재미’와 ‘고정 편성’이다. 속옷, 주방용품, 패션 트렌드 상품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특정 시간대에 정기 편성하고, 진행자를 익숙한 방송인이나 유명인으로 캐스팅한다. 또 토크쇼나 주부들이 좋아하는 아침정보·요리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오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홈쇼핑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도록 하려는 시도다.
국내 홈쇼핑 업계는 1위인 지에스홈쇼핑이 연간 취급액 규모로 세계 3위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00년대 들어 성장이 주춤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티브이 보는 재미’를 적극 끌어들이고, 보험 같은 무형상품과 자동차·명품 판매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실적 향상에 날개를 달고 있다. 게다가 신종 플루 영향으로 안전한 안방 쇼핑이 뜨면서 표정 관리를 해야할 판이기도 하다. 씨제이오쇼핑은 올해 들어 1분기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지에스홈쇼핑과 롯데홈쇼핑도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등 순항 중이다. <그녀들의 수다>라는 토크쇼 쇼핑 프로그램을 만드는 씨제이오쇼핑 김지애 피디는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들을 고정 편성하면서 시청률도 올라가고, 고객들이 반복해 물건을 사는 재구매율도 높아졌다”며 “천편일률 홈쇼핑 방송에서 벗어나 쇼퍼테인먼트로 차별화된 채널 이미지를 만들고 두번째 도약을 기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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