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도우미들이 고객의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향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7일부터 한달 동안 ‘꿈의 경품’ 세 번째 시리즈로 2010년 새해 고객의 꿈과 소망을 응모받아 추첨을 통해 이를 이뤄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롯데·현대 백화점 소원응모 행사
“소원을 말해봐!”
최근 아파트, 우주여행 같은 통큰 경품들이 쏟아진 데 이어, 꿈과 소원을 들어주는 따뜻한 경품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27일 겨울 정기 세일 시작에 맞춰 한 달 동안 ‘무한 경품! 2010년 꿈과 소원을 이루어 드립니다!’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누구나 ‘나는 ○와 ○에서 ○을 하고 싶다’는 양식의 응모권에 소원을 적어내면 추첨을 통해 1등 한 명의 소원을 들어준다. 예컨대 ‘나는 가족들과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싶다’, ‘나는 왓슨 스쿨에서 2년 동안 엠비에이 공부를 하고 싶다’는 소원을 적어넣어 당첨이 되면, 이를 위한 각종 지원이 이뤄진다. 다만 사람 능력으로 불가능한 소원이나 귀금속·건물 등의 단순 소유권 이전 같은 소원은 안 된다.
현대백화점도 ‘드림 6 프로젝트’를 같은 날 시작해 다음달 20일까지 응모를 받는다. 사람들이 흔히 갖는 새해 소망인 행복한 부자 되기(현금 1억원), 피부 미인 되기, 싱글 골퍼 되기, 에스라인·식스팩 몸매 만들기 등을 응모 받아, 당첨자 10명에게 소원 성공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예컨대 부자 되기 소원은 당첨자 한 명에게 1억원이 든 통장을 주고 1년 동안 자산 관리 전문가를 붙여 투자 상담도 제공한다.
백화점 마케팅 담당자들은 소비자 분석을 통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거나 시대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만한 상품을 사은품이나 경품으로 마련해왔다. 소비자 상품 선호도나 시대상이 경품 변천사에 드러나게 되는 배경이다. 실제 1936년 화신연쇄점은 1원어치를 사는 10명에게 황소 한마리를 경품으로 내걸었고, 1960년대는 텔레비전·선풍기 등이 귀한 경품으로 나왔다. 70년대와 80년대는 이쑤시개, 껌 한 통, 소시지 한 상자 등이 금액대별 사은품으로 제공돼 시대상을 보여줬다. 1990년대는 모피, 다이아반지, 금열쇠, 에어컨, 소형 자동차 등으로 경품 규모가 점차 커진 시기다. 199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경품 규제 한도를 없애고 외환위기로 불황이 겹치자 1998년 아파트 경품이 등장해 소비를 자극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백화점 상품권이 가장 일반적이었지만 건강검진권, 스키캠프 이용권, 호텔 이용권 등이 경품으로 나와 여가·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장바구니용 ‘에코백’이 사은품으로 히트를 쳐 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고, 최근 롯데 아파트 경품 응모에는 기록적으로 280만명이 참여해 내집 마련의 소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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