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 회복?’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서민들에겐 경기한파가 여전한데 회복이라니….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소비 시장의 흐름을 전반적인 회복보다는 급격한 소비 양극화로 풀이한다. 소비 회복의 열기는 아랫목만 데운 채 윗목까지는 전해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극명한 소비 양극화는 하향 소비 경향을 반영하는 ‘패밀리 세일’(자사 직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여는 할인 행사)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브이브이아이피 마케팅’(VVIP·VIP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최고위층)이 동시에 활기를 띠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
지난 11월25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가방 브랜드 업체의 할인 판매 행사장에선 패밀리 세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장에 나온 ‘팸셀족’(패밀리 세일로 실속 쇼핑을 하는 소비자) 박아무개(29)씨는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인 8시30분께 줄을 섰지만, 수백명이 미리 와 기다리도 있는 바람에 10시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3일 동안 여는 패밀리 세일이라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건 오산이었다.
패밀리 세일은 정상가의 10분의 1 수준인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는다. 팸셀족은 패밀리 세일 정보를 찾기 위해 관련 정보를 올리는 누리집을 찾아가 회원가입을 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검색 순례를 한다. 패밀리세일 정보를 모아놓은 누리집인 ‘패밀리세일’(famsale.com) 운영자는 “한 달 전 7000명 정도였던 회원수가 3배나 늘어 2만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업체 쪽에서는 패밀리 세일을 재고 소진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요즘 일부 업체의 패밀리 세일 행사장에는 해당 회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초대권만으로 입장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한 예다. 통상 자사 직원 및 그 가족에 한정해 초대권을 지녀야만 패밀리 세일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었던 예전 모습과 사뭇 달라졌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현금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인식이 업계에 확산되면서 브이아이피 고객에게만 공개했던 패밀리 세일 정보를 일부러 일반 소비자에게 흘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패밀리 세일의 반대편에서는 백화점 업계를 중심으로 부유층 소비자 공략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3대 백화점업계는 지난 11월 한달 희소성을 강조한 ‘리미티드 에디션’(한정판) 상품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30개 밖에 없는 가방, 고급 크리스털로 장식된 여성 속옷, 2억원짜리 시계 등 판매 품목들의 목록이나 가격은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다. 백화점업계의 한정판 판매 경쟁은 브이브이아이피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현대백화점 김형종 상품본부장은 “전반적인 소비회복세 속에서 특히 최고위층 소비자들의 소비증가 폭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어 초우량 고객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한정판 상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11월20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정기 브랜드세일의 현대백화점카드 회원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를 보면 부유층 소비자들의 소비증가폭은 두드러진다. 이 기간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증가했지만, 브이브이아이피 고객(연간 3500만원 이상 구매 소비자)의 구입액은 38.5% 늘었다. 일반 회원들은 5.9% 증가하는데 그쳤다. 거주지역별로도 서울 강남 3구에 사는 소비자들의 구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22.5% 늘었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거주 소비자들의 구입액은 1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 양극화된 소비에 따라 부유층 소비자의 구입액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구입액 기준 상위 1%의 매출 비중은 2008년 27.6%에서 2009년 11월30일 현재 28.7%로 1.1%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소비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상위 20%의 소비자의 구입액이 전체 매출의 85%까지 올랐다”며 “보통 70%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의 경기침체로 소비양극화가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9년 유통업체의 매출 전망(기존점 기준)에서도 백화점과 서민과 주로 찾는 대형마트의 매출 신장률은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6%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봤지만, 대형마트는 -1%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폭은 지난해(-0.2%)보다 커진 상황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경기침체에 양극화된 소비에 따라 부유층 소비자의 구입액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구입액 기준 상위 1%의 매출 비중은 2008년 27.6%에서 2009년 11월30일 현재 28.7%로 1.1%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소비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상위 20%의 소비자의 구입액이 전체 매출의 85%까지 올랐다”며 “보통 70%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최근의 경기침체로 소비양극화가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9년 유통업체의 매출 전망(기존점 기준)에서도 백화점과 서민과 주로 찾는 대형마트의 매출 신장률은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6%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봤지만, 대형마트는 -1%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폭은 지난해(-0.2%)보다 커진 상황이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