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아이쿱 생협 등
회원제로 공급·수요 안정
값 미리정해 등락폭 작아
공동체의식 ‘선순환 구조’
회원제로 공급·수요 안정
값 미리정해 등락폭 작아
공동체의식 ‘선순환 구조’
유기농 채소가 더 싸다?
12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가격 정보를 보면, 조선애호박(상품) 1개의 소매 가격은 지난 10일 3025원으로 치솟았다. 양배추는 1통에 5379원, 가지 2개 1456원, 상추 150g 3573~3699원, 오이 2개 2067~2783원을 줘야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과 아이쿱 등에서 파는 유기농 애호박은 1300~1600원이고, 유기농 양배추는 1450~2000원, 유기농 또는 무농약 가지 2개 800~880원, 유기농 상추 150g 1300원, 유기농 오이 2개 1020~1067원이다. 현재 생협 채소 가격은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채소 가격보다 40~65%가 더 싸다. 유기농이나 무농약 재배된 애호박·양배추·가지·상추·오이 같은 반찬거리를 시중의 절반값이나 3분의1 가격이면 생협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기농 채소는 값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이유는 뭘까. 그 비결은 회원제를 바탕으로 일정한 수요와 공급처를 확보하고 약정 물량과 가격을 일찌감치 결정해 거래하는 생협의 안정적인 가격구조에 있다.
예컨대 한살림은 23만명의 소비자 회원과 2000가구의 농어민 생산자 회원이 함께 운영하는 국내 최대 생협 조직이다. 이들은 시중 채소 가격의 등락과 상관없이 연중 비슷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살림이 강조하는 것은 생산자-소비자 직거래의 신뢰 관계가 이끌어낸 ‘물가 안정’이다. 실제 생산비를 기초로 적정 수익을 반영한 가격이 미리 책정되고, 생산자 회원이 약정한 물량을 생산하면, 소비자 회원들이 이를 꾸준히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살림 조직홍보부 김현경 과장은 “시중보다 채소가격이 훨씬 싸다보니 최근 들어 주문량이 15% 이상 늘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가 시중가격이 폭등했을 땐 한살림 물건을 쏙쏙 빼먹고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는 외부 매장을 이용하는 식으로 ‘무임승차’를 하거나 생산자들이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을 때 더 비싸게 팔 욕심에 약정한 물량을 다른 수요처로 빼돌린다면 생협은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 수급은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이상기후로 작황을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 시장 개방으로 국외 농산물 작황까지 국내 시장에 크고작은 영향을 미치고, 이런 불균형을 이용한 중간상인들의 사재기까지 횡행하는 추세다.
이러다 보니 물가안정과 식품안전에서 강점을 지닌 생협 거래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살림은 지난해 말 15만명이었던 소비자 회원이 올해 들어 50% 이상인 8만여명이 늘어나 이달 현재 23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아이쿱 역시 지난해 말 8만여명이었던 소비자 회원이 현재 10만여명을 넘어선 상태다. 한살림과 아이쿱 말고도 두레생협·여성민우회 생협 등 전국 단위 또는 지역단위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생협조직은 다양하게 활동하며 도시와 농촌을 ‘도농 공동체’로 엮어가고 있다.
이런 생협을 이용하려면 현행 생협법상 회원가입이 원칙이다. 생협은 생산자는 친환경 생태농법을 지키고 소비자는 이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평가해 반복 구매를 이어가는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한살림은 지역 단위 생협 규약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3만원의 조합비를 출자하면 전국 110여개 매장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을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또 매장을 이용할 때마다 구매금액 1000원당 100원씩, 한 차례 구매에 최대 1000원을 추가 출자금으로 낸다. 이 출자금은 조합을 탈퇴하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아이쿱 역시 처음에 3만원의 출자금을 내면 전국 90여개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는데, 매달 1만~2만원의 회비를 내는 회비조합원에 가입하면 물건을 20% 더 싸게 살 수 있는 혜택이 있다. 물론 생협 비조합원이라고 해서 구매할 길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생협은 올해말까지는 지역 주민이 가까운 매장을 방문하면 생협 운영 방식과 취지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누구든 한두 차례 가량은 시험 구매를 허용해준다. 아이쿱 생협의 김현희 홍보마케팅팀장은 “날씨 문제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 물량은 줄었지만,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최근 생협 물가가 시중보다 훨씬 싸다보니 8월 휴가철에도 회원 증가세가 줄지 않는 등 알음알음으로 생협 매장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한 주부가 한살림 지역 매장을 방문해 채소 가격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살림 조직홍보부의 김현경 과장은 “그날 판매할 물량이 날마다 입고되는 만큼 채소류는 아침 10~11시 사이에 매장을 방문하면 가장 신선하고 물량도 풍부하다”며 “태풍 피해 복구 등을 위해 ‘농업살림기금’을 쓰기로 결정했을 만큼 생산자 피해가 상당하지만 유기농 채소 가격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살림 제공
이런 생협을 이용하려면 현행 생협법상 회원가입이 원칙이다. 생협은 생산자는 친환경 생태농법을 지키고 소비자는 이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평가해 반복 구매를 이어가는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한살림은 지역 단위 생협 규약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3만원의 조합비를 출자하면 전국 110여개 매장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을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또 매장을 이용할 때마다 구매금액 1000원당 100원씩, 한 차례 구매에 최대 1000원을 추가 출자금으로 낸다. 이 출자금은 조합을 탈퇴하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아이쿱 역시 처음에 3만원의 출자금을 내면 전국 90여개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는데, 매달 1만~2만원의 회비를 내는 회비조합원에 가입하면 물건을 20% 더 싸게 살 수 있는 혜택이 있다. 물론 생협 비조합원이라고 해서 구매할 길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생협은 올해말까지는 지역 주민이 가까운 매장을 방문하면 생협 운영 방식과 취지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누구든 한두 차례 가량은 시험 구매를 허용해준다. 아이쿱 생협의 김현희 홍보마케팅팀장은 “날씨 문제로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 물량은 줄었지만,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최근 생협 물가가 시중보다 훨씬 싸다보니 8월 휴가철에도 회원 증가세가 줄지 않는 등 알음알음으로 생협 매장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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